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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튼 Jul 04. 2020

양심 고백

저는 노래를 잘하지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다. 내가 작곡을 하고 음원을 발매하는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썩 노래 잘하지 못한다. 너무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실용음악학원에서 노래를 배운지도 거의 10년째이다. 처음에는 노래방에서 한 곡 멋지게 불러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어쩌다 보니 10년째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겸손하다'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정말 아니다. 


나는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 


맨 처음에는 내가 노래를 잘하는 줄 알았다. 노래방에 가면 목소리가 멋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소리 톤이 좋은 거랑 음정, 박자를 잘 맞추는 거는 별게의 문제이고 또 음정, 박자를 잘 아는 거랑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처음에는 내가 음정이 안 맞는다는 사실도 몰랐다. 고음에 올라갈수록 소리만 커지고, 음정은 안 올라가는 그런 상태로 7년째 힘들어했다. 요새는 몸에 힘을 빼는 훈련, 콧소리를 빼는 훈련 중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일단 귀가 좋다. 자신이 음정이 맞는 음정인지 정확히 모니터링하고 고칠 줄 안다. 나는 귀를 여는데만 5년이 걸렸다. 이제 내가 음정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고음에서 음정이 불안 불안하다. 


사실 이렇게 재능 없고 잘 못하는 일을 계속해도 될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어왔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때론 버거운 이런 상황에서 말이다. 이때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면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보았다. 




저자는 뉴욕의 유명 잡지사 편집장으로써 17년째 서핑을 배우고 있는 분이다. 저자는 마흔 살에 처음 서핑을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가 그냥 파도 위에서 서있는 데에 쏟은 시간만 5년. 누군가는 돈 버렸다고 하겠지만, 그동안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어떤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책 속의 문장을 인용해 본다.


"완벽함은 측정의 개념이기 때문에 무엇이 지금 여기에 있는지,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할 것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완벽함에 얼마나 가까워져야 완벽한 것이란 말인가?"
"어떤 일을 못한다는 의미는 이런저런 목표를 내려놓고 이 일에는 처음부터 목표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목표가 없는데 어떻게 자신을 비판하겠는가"
"자신을 향한 의심과 비난 대신 응원을 받아들일 때 꾸준한 변화가 일어난다"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큰 공허함에 시달렸었다. 나의 고3은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 이후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주체할 수 없는 허무함에 힘들었다. 고3 때의 나는 어떤 목표를 위해 분초 단위로 쪼개어 살아왔고, 목표를 추구하는 삶이 모범 답안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게 약간 화가 나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나의 노력은 점수화가 되면서 배치표상에 어떤 대학으로 구체화되었고,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모습. 어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나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나를 짓눌렀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나의 삶은 어떤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목표도 없이 하루 종일 시간만 보내는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다. 그때의 나에게 "목표 없음"이 어떤 공포로 다가왔다. 


나와 같이 목표 없음에 커다란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재능 없는 일을 골라서 꾸준히 해보는 것을 권한다. 


나는 10년 동안 재능 없는 음악을 하면서 어떤 성취를 이뤄야 하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우리의 고통은 대부분은 목표에서 온다. 그리고 우리의 대부분의 시간은 미래에 올 찰나와 같은 영광을 위해 소모된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다. 하지만 미래만 쫓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 보다, 세상을 어떤 식을 바라보고 해석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어떤 인생 수업에 가깝다. 



못하는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게 놔두는 것도 일종의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나를 노래를 잘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내버려 두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내려놓고 싶다. 


"음악을 못하지만,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음악 자체보다 인생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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