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기-1
얼마 전 대만에서 온 여대생이 한국을 여행 오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를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미세먼지, 거리의 청결도, 교통질서 등등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분노를 샀던 것은 일본과 비교하는 대목이었다. 일본에 비하면 거리가 청결하지 않았고, 교통질서도 형편없었다는 것. 사실 내용만 보면 없는 이야기를 적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여행자의 말들은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분의 글은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기준을 ‘일본’과 ‘대만’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캐나다에 살면 행복할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하루에 많이 오면 30-40명 남짓 방문하는 나의 브런치인데, 갑자기 5천 명에 가까운 조회수가 이어졌다. 수많은 질타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나는 캐나다의 ‘홈리스’ 들과 높은 집값, 의료 환경, 세금 등을 썼다. 글은 상당 부분 부정확했으며, 실제 현실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내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나도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중심을 ‘한국’이라고 설정한 것에 있었다. 글에 쓰지는 않았지만 모든 예시에는 ‘(한국에 비해) 높은 월세’ ‘(한국에 비해) 느린 의료 서비스’ ‘(한국에 비해) 많은 세금’이라는 것이 깔려있었다.
매우 오만했다.
내가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말하는 것과 여행자가 미세먼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여행자가 3-4일 만에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30-40년간 산 우리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했고, 그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런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누군가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처음 본 노숙자에 대해 글을 써서 자국의 커뮤니티에 올린다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서울의 집값은 얼마다라고 말을 한다면 그 이야기는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 강남의 집값과 서울 외곽의 집값은 같을 수가 없고 경기도까지 확장한다면 더 싼 집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과잉진료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다.
여행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었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갖기 위함일 것이다. 특히 나 같은 장기 여행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나는 한국을 기준으로 여행지를 판단할 자격은 없다.
논란이 된 글은 삭제한 상태이다. 변명을 하자면 이렇게 까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지 몰랐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을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에게 이곳은 여행지이지만 어떤 분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기껏 10일간 머무는 내가 알아차린 문제를 이곳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다. 캐나다 내에서도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사람들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캐나다는 어떤 음식점을 가도 비건메뉴가 있다. 심지어 아이크스림 집을 가도 비건을 위한 아이스크림이 존재한다. 대중교통을 예약할 때면 본인이 장애가 있음을 체크하는 란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가를 묻는지 체크하는 란이 있다. 서점에는 성소수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책들이 특집으로 깔려있고, 도시 곳곳이 푸른 공원이 가득하다. 내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여기에는 살아 숨 쉰다.
여행자는 여행지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운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도시의 첫인상은 아주 높은 확률로 틀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좀 더 겸손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