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미국의사시험(USMLE) 안내서
OET 시험을 등록하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컴퓨터로 치르는 OET 시험은 보통 2주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게 일반적인데, 한국에서는 시험 일정 자체가 전혀 없었습니다. 올해 안에 시험을 보려면 일본까지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많은 한국 선생님들이 미국이나 다른 영어권 국가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현재 한국에서는 종이 시험만 치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안타까운 상황이 저변에 깔려있지만, 여기서는 이 점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기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USMLE에서 고득점자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이런 제가 USMLE에 관한 글을 쓰는 게 괜찮을까 수십 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단군이래 이 시험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이때에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꼭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저도 한 때는 이 시험이 영어를 원어민만큼 잘하시는 분들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시험들이 그렇듯 시험에서 평가하는 기준을 잘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고득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났던 사람 중에는 영어실력이 출중하지 않았어도 미국병원에 매칭되어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제 글을 보실 많은 분들이 의대생 혹은 의사로서 일하고 계실 분이라는 전제하에 제 글이 도움이 될 것 같은 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막연히 미국 의사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으신 분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으신 분
수능영어가 경험해 본 영어시험의 전부이신 분
학교 다닐 때 장학금은커녕 유급의 공포에서 허덕이며 방학 때 USMLE를 보는 사치스러움은 꿈도 꿔본 적이 없던 분.
교수님들이 주신 논문을 해석하는데 쩔쩔맸던 경험과 함께 자신의 부족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레벨 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셨던 분
스스로 머리가 좋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항상 뛰어난 친구들을 보며 자괴감에 시달리셨던 분
그렇지만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실패가 두렵지 않은 분
막상 쓰고 나니까 뭔가 부끄럽습니다. 사실 모두 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제가 이 시험을 거의 8년 가까운 세월을 준비했다 보니까 객관적이지 못하고 과잉된 감정으로 보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고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야기만 추려보았습니다. 제 경험담이 ‘그냥 이렇게 시험을 본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 보시고 나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으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솔직해지려고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담담히 적어 내리고 싶었지만 군데군데 저도 모르게 나오는 허세와 유치함은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