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USMLE 하지 마세요
제가 처음 USMLE를 보겠다고 결심했을 때, 서울 삼성병원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신경과 레지던트로 일하시던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취미로 USMLE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USMLE는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하는 시험입니다. 사실, 시험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이 시험에 거의 10년 가까이 매달린 저 자신을 돌아보면 뜨끔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제가 가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펠로우 과정과 봉직의로 일하면서 짬짬이 시험 준비를 했고, 각종 집안 경조사와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그분이 하고 싶으셨던 말은, 시험을 실제로 보겠다는 결심 없이 공부만 계속 이어가는 경우를 경계하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건이 어려워 오래 준비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공부를 시작한 이상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USMLE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에 처해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한국 의대의 커리큘럼을 소화하면서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세요
저는 아침잠이 많지 않은 편이라 새벽 6시 반에 기상했습니다. 6시 40분에는 전화영어를 20분간 하고(월수금), 이어서 약 40분 동안 UWorld 문제를 온 집중을 다해 풀었습니다. (전화영어가 없는 날에는 이 시간을 1시간으로 늘려 문제 풀이에 집중했습니다.)
UWorld 문제를 푸실 때는 한 문제당 2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간 안에 20~25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또한, 다음 날 입을 옷은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침에 바로 옷을 입고 직장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의 과 특성상 오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오후가 되면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환자가 드문드문 들어오는 시간에 UWorld에서 틀린 문제를 리뷰하며 퇴근 시간까지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너무 바빠 시간이 나지 않는 날에는, 퇴근 후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딱 1시간 정도 더 집중해서 공부와 정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루 약 3시간 정도를 영어와 USMLE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후에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라 아침 공부를 하루 공부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실제로, 아침 1시간이 오후에 쉬엄쉬엄 3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주말 아침, 집중 공부의 황금 시간
주말에는 꿀 같은 잠을 자고 싶지만, 사실 주말 아침이야말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에, 주말 오전에 되도록 모든 공부를 끝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최대 4시간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여력이 된다면 오후에 추가로 4시간을 공부하여 주말 하루에 8시간 정도의 공부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주말에는 주로 개념 위주의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강의를 듣거나,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을 복습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했던 초기 단계에서, 어떤 분이 남긴 리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만 넘어서면 된다. 하나는 USMLE 시험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 장벽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 가지만 넘으면 된다"보다는 "두 가지씩이나 넘어서야 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내내 현타가 오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부하는 게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USMLE는 절대 만만한 시험이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다"는 말에 현혹되어 시작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USMLE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릴 적의 트라우마 덕분이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어마어마한 콤플렉스가, 지금 넘지 않으면 제 인생 전반에 걸쳐 거대한 장애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만국 공용어는 영어이고, 의학을 포함한 세상의 대부분의 정보가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영어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나눠볼까 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제가 평일과 주말 루틴을 이야기하며, 혹시 너무 힘들다고 느끼실까 봐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친구들과 술 모임을 다녀온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지 못하거나, 어떤 주말에는 게으름을 부리며 책에 손도 대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한 달 이상 공부를 손에서 놓았던 적도 있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이어서 계속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3시간 공부하는 게 힘들다면, 단 10분이라도 책상에 앉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일단 책상에 앉으면 10분이 20분이 되고, 나중에는 1시간이 되기도 하니까요.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마세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꾸준히,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어느새 목표에 가까워져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