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딸, 세 명의 어머니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

by 키튼

어떤 사람을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집에서 나고 자란 형제끼리도 기억하는 부모의 얼굴은 제각각이다. 관계의 성질이 다르면, 기억되는 모습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런 관계의 상대성을 가장 극적으로 목격하는 곳이 있다. 바로 삶의 마지막 기억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 중환자실이다.




전공의 시절 맡았던 한 80대 할머니 환자가 떠오른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환자의 곁에는 세 딸이 있었다. 패혈증 쇼크로 승압제마저 듣지 않는 위중한 상황이었다. 나는 보호자들에게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날 이후, 환자의 세 딸이 차례로 나를 찾았다. 약속이나 한 듯, 각기 다른 날에 한 명씩 면담을 요청해왔다.

가장 먼저 마주한 이는 맏딸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목소리는 자꾸만 갈라졌다.


“선생님,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해서 어떡해요…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본인 입에는 맛있는 거 한 번 못 넣고 사셨어요. 아버지랑 자식들 때문에 허리 한 번 못 펴본 분이에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쏟아지는 울음 앞에서 내가 내밀 수 있는 말은 언제나처럼 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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