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사람과 남겨질 아이
의대생 시절, 정신과 실습은 늘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심리학 서적 몇 권을 읽은 것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꿰뚫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심연을 어루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한 ‘예비 정신과 의사’였다.
폐쇄병동 실습 첫날, 나에게 한 명의 환자가 배정되었다. 고등학생 여자아이였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예쁜 얼굴이었지만, 약 부작용 때문인지 얼굴은 조금 푸석하게 부어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눈매에는 서늘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이 어린 아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연민 섞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는 정성을 다했다. 전공의 선생님들이 배려해 준 덕분에 환자와 대화할 시간이 많았고, 나는 매일 아침 그녀의 상태를 브리핑하며 정말로 그녀의 전담 의사가 된 기분으로 지냈다. 처음엔 까칠하던 아이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의 사소한 격려에 귀를 기울이고, 병동 생활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에게만 털어놓았다. 나 역시 그 살뜰한 신뢰가 고마워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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