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들

<인연에 관하여>

by 꿈꾸는 글쓰니

오늘 새벽이었다.

밤새 내린 비를 보다가 우울한 기분에 잠자리에 든 탓인지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가 꿈에 나왔다.

이제껏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에 변화가 일어난건지 요 근래 옛친구에 대한

생각을 했더니 꿈에서나마 안부를 물어왔나 보다.

그 친구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알게 된 이후로 30대 중반까지 근 20여년을 알고 지낸 친구였다.

그냥 가끔 얼굴만 보는 친구가 아니라 함께 여행도 다니고 수없이 많은 술잔을 기울이며 겹겹이 쌓인

추억이 많은 친구였는데 어쩌다보니 연락이 뜸해지더니 연이 끊어지고 말았다.

솔직히 어쩌다보니는 아니었다.

다툼이 일어난 것고 아니고 서로간에 오해가 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내쪽에서 일부러 만남을 피하다보니

그 친구쪽에서도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은 인연의 끈을 내려놓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어렸을 적에는 아무런 편견없이 만났던 친구가 나이가 들면서 마음 속에 그 친구에 대한 열등감이

발현되었던 것 같다.

그 친구를 한때는 베스트프렌드라고 생각할 만큼 오랫동안 만나왔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단단하게

인연을 맺어 왔다고 생각했으나 만나면 만날수록 자격지심이라는 감정이 점점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한창 열심히 놀고 생각없이 즐기던 20대부터 30대 초반사이.그 시절 그 친구를 포함한 다른 친구까지

함께 네명이서 함께 어울리며 지냈었다.함께 여행도 다니고 집안 대소사도 서로 챙겨가면서 우리끼리는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각자 살길을 찾아가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면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 때 쯤이었을 것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지내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뚜렷한 확신 없이 하루하루 이어져 가는 삶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일상이 계속될수록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열등감은 커져만 갔고 그 친구들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미지출처 https://owldictionary.com/

그래서 멀어졌다.일부러 그 친구들을 피했다. 내 자존감에 더 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나는 4인방에서 떨어져 나왔고 그 3명의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연히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갈지도 모르겠다.

그 때 이후로 몇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삶에 허덕이도 있는 나의 마음속에는 아직까지도

꼴사나운 자격지심이 사라지지도 않고 끈적하게 붙어있나 보다.

우리 집 책장에는 그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다.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한 켠에는 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이 스며들어 있나 보다.


요즘은 인연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친구관계나 회사에서 만난 직장동료들과의 관계 등 이제껏 살아 오면서 많은 사람들가 인연의 끈을

맺어왔다.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관계가 있지만 당시에만 관계를 맺었을 뿐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져버린 인연들이 있다.

핸드폰 주소록을 열어보면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가 30명 남짓 있을 뿐이다. 그 중에 대부분은 업무상

알게 된 연락처이고 아무런 목적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에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단 1명의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줄 사람이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그래서 여러사람들과 얕은 관계를 맺어 봤자 신경 쓸 일만 많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한번 맺은 인연들을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의 인간관계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든 결과이다.

호구잡히지 마라 , 착하게 살자 마라, 이용 당하지 마라 , 한창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이제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다보니 예전에 끊어진 인연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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