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지기의 책 이야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by 꿈꾸는 글쓰니



저자 : 최은영

발행 : 2023년 7월 13일

출판 : 문학동네


<목차>

1.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2.몫

3.일 년

4.답신

5.파종

6.이모에게

7.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page10.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그 수업의 모든 부분이 마음이 통했다. 시멘트에 밴 습기가

오래도록 머물던 지하 강의실의 서늘한 냄새, 천 원짜리 무선 스프링 노트 위에 까만 플러스펜으로 글자를 쓸 때의 느낌,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작은 강의실에 퍼져나가던 울림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고른 에세이들도 좋았고, 혼자 읽을 때는 별 뜻 없이 지나갔던 문장들을 그녀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때, 머릿속에서 불이 켜지는 순간도 좋았다.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언어화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가끔은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09년 2학기, 구 년 전 그때 나는 스물일곱의 대학교 3학년 학사 편입생이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소설 속에서 당신이라 지칭된 희원. 그녀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학사 편입을 한다. 문학과 강의에서 만난 젊은 강사에게 호감을 느낀 희원은 그녀가 예전에 썼던 에세이도 찾아 읽어 보게 되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강사와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점점 둘의 사이는 감정을 교류하는 가까운 거리에 이르게 된다.

어느 날 희원은 자신도 그녀와 같은 길을 가고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그녀의 결심에 젊은 강사는 우려를 나타낸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희원은 그녀의 우려를 몸소 체험하게 되지만 희원은 그때는 그저 그 젊은 강사와 같은 길을 가고 싶었던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page41. 나는 그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 종종 상상해 보곤 했다.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 씨가 세상 탓하면서 해소되지도 않을 억울함 느끼는 것 바라지 않아.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 씨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 그냥 무시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 씨가 상처의 원인을 헤집으면서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page44. 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나와 닮은 누군가는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쫓고 싶었는지 모른다.


…소설 속 화자인 희원이 호감을 가지게 되는 젊은 강사는 비정규직이었다. 희원이 학생으로서 강의를 듣고 있을 때는 비정규직 강사라는 것을 알 수 없었으나 희원 자신이 그녀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똑같이 비정규직 강사로 강의를 하게 되면서 시간이 흘러 그녀의 우려를 이해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배경은 2009년의 어느 시점이었다. 2009년은 무리한 진압으로 사망자가 나왔던 용산참사가 있었던 해였다. 소설 속 희원과 젊은 강사는 용산참사가 있었던 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했다.그것이 희원과 그녀를 정서적으로 더 연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던 듯하다.

희원이 그녀를 호감을 가지고 대하게 되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어도 나중에는 그녀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어쩌면 2009년의 용산이라는 접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일 년】

‥지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어느 정도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경력이 쌓인 직원으로 회사에서 나름 위치를 찾은 지수는 어느 날 다희라는

인턴 직원을 만나게 된다.그 둘은 회사 동료일 뿐이었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고 감정을 교류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냥 회사 동료 관계로 만 남아 있었다면 아무런 감정의 흔들림이 없었을 테지만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하지만 회사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심하기도 했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였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로 만나게 된 둘은 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예전에는 미처 못했던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page95. 다희의 솔직함은 사람들에게 흠만 잡힐 경솔함이 아니었다. 솔직하되 스스로 낮추는 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지 않았다. 실수를 해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깨끗이 사과할 뿐, 자학하듯,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매사에 눈치를 보고 저자세로 일관해온 그녀에게 다희의 그런 태도는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자신을 질책하고 과도하게 몰아세우던 자기의 모습을,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희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자신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page100. 그날 차 안에서 다희에게 한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밖으로 나가기를 바랐던 것처럼 그녀

안에서 아우성치며 그녀를 밀어붙였다. 이미 정리한 시간이기에 그녀는 정제된 언어로 이야기했지만, 몸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땀이 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머리가 아팠고, 때로는 그때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page124.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 퇴원하던 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집에 돌아온 그녀는 안방 창가에 서서 내리는 눈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창에 달라붙은 눈은 금세 작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눈은 지산의 사물들은 흰빛으로 덮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우리는 우연히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치 못하게 오래전 끊어진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은 아직 그 사람과 나를 이어주던 실이 아직 끊어지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어설프게 이어져 있던 실을 온전히 끊어내기 위해서일까 , 어느 쪽이던 씁쓸한 마음이 들 것만 같다.

나는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이정도로 마음을 썼는데 상대방에게 내가 주었던 만큼 마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서운한 마음이 들고 때로는 오해가 쌓여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다시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결국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미있는 소설이라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실제 읽고 있는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볼 수 있었고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길 원했고 공감받길 원했다는 것을 회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첫 번째 단편을 읽고 나서는 이야기 속에서 용산참사가 인물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인 줄 알았다. 다른 단편들도 여성의 사회적 위치나 약자들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 사회구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사람과 사람사이 , 공감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도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었다.

"일 년" 이라는 단편을 읽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경계를 허물고 다가간다는 것이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느끼게 되었다.

소설을 다 읽고 평론가의 평도 읽어 보았지만 너무 어려운 말이라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갈구하고 보답받지 못한 마음에 상처를 받지만 또 다시 사람의 정을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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