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지기의 책 이야기

저주 토끼 -정보라-

by 꿈꾸는 글쓰니


#저주 토끼#


저자 : 정보라

출판사 : 아작

출간일 : 2022년 4월 1일

#2022년 부커 상 후보작 선정 도서#



남을 저주하면 무덤이 두 개'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고 한다.

타인을 저주하면 결국 자신도 무덤에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무덤이 세 개'라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가 저주했던 사장, 사장의 아들, 사장의 손자는 모두 죽었다.

할아버지의 무덤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어느 날 그냥 집 밖으로 나가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page 32 <저주 토끼 에피소드 중>




다소 괴기스럽고 공포스럽지만 판타지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단편 소설집이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이야기의 소제목은 아래와 같다.


◎저주 토끼

◎머리

◎차가운 손가락

◎몸하다

◎안녕 , 내 사랑

◎덫

◎흉터

◎즐거운 나의 집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재회


첫 번째 에피소드인 '저주 토끼'를 거의 다 읽어 갈 때쯤 장편 소설이 아니라

단편 소설집인 것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집은 각각의 이야기들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음미(?)할 수가 없기에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으나 이번에 읽은 책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소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어서 책의 흡입력에 빨려들며 읽어 들어갔다.


첫 번째 이야기인 '저주 토끼'는 남들에게는 평범한 대장간이지만 저주 물품을 만드는 집안의

할아버지가 당신의 친구에게 불행을 안겨 준 술도가의 사장에게 저주 토끼를 건네면서

벌어지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저주 토끼가 사장의 집안에 저주를 실행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였고

그 저주로 인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묘사해내는 작가의 표현력에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머리'와 네 번째 이야기인 ' 몸하다'를 읽으면서는

괴기한 설정과 그로테스크한 문체에 영화 '인간 지네'가 연상이 되었고,

여섯 번째 이야기인 '덫'을 읽고 나서는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총 10편의 이야기 중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곱씹게 되는 이야기는 여섯 번째 이야기인 '덫'이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내레이션처럼 '옛날 옛적에~'로 문장을 시작하는데 한 남자가 산길을 가다가

덫에 걸린 여우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여우가 예사로운 짐승이 아닌 것이 덫에 걸린 상처에서는 빨간 피가 아니라 황금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물욕에 굴복하여 결국 여우를 집으로 몰래 데려와서 상처를 치료해주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여우가 흘리는 황금 피를 착취하여 부를 쌓게 되는데 종내에는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남자는 혼인을 하여 남매를 낳게 되는데 남자아이가 여우와 같이 황금 피를 흘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괴기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아 굉장히 섬찟하였었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다 읽고 책의 부록에 첨부된 [작가의 말]에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운 존재'라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필사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펼쳐 보니 처음에는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운 느낌의 이야기들이 어쩐지 이야기들의

등장인물들이 하나 같이 명확한 결말을 맺지 못하고 있어서 작가님의 말이 공감이 갔다.

또한 필사를 하면서 작가의 문체나 문장들이 공포스럽지만은 아닌 쓸쓸하고 서글픈 느낌이 들어

영화 ' 장화, 홍련'을 봤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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