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비정기적으로 방구석에 틀어박혀 노래를 부르곤 했다. 어떤 날은 전신거울 앞에 서서 락가수라도 된 양 오글거리는 모션을 취하며 불렀고, 또 어떤 날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아파트 방음때문에) 잘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땐 몰랐는데 그게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어젠 PMS도 아닌데 기분이 마구 처지길래 여자친구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부르려고 부른건 아니고 다른 노래 찾다가 불렀다. 기분이 좀 나아지는 걸 느끼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기로 했다. 거실에서 부르려니 조금 부끄러워서 안방으로 들어가 멜론 어플을 켰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불렀을때 기분 좋아지는 노래들을 차례대로 불렀다. (아름다운 구속, 주문을 걸어, 고백,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러브홀릭, 내안의 그대 등) 내가 얼마나 혼자 노래부르는 시간을 좋아했는지, 이 자아도취의 시간을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센레는 왜 안방에 혼자 들어가있냐며 쪼르르 따라 들어왔다. 물건이 없어서 소리가 울리는 게 좋다고 안방을 고집하니,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노래 감상하는 포즈를 취하는데, 너무 웃겼다. 진정하고 한 40분 노래를 불렀다.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아졌다.
우울할때는 왜 우울한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 마주할 수록 더 커지기만 한달까. 호르몬 때문이거나, 이유가 있어도 당장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 때문일때가 많다. 30대가 되니까 우울함을 즐기는 시간따위는 하루도 아깝게 느껴진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해야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것도 힘들때엔 프렌즈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