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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나의 무게입니다

내 사랑은 나의 무게입니다


한 학기 진리 탐구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시작은 설렙니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수업을 할 것인지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의 출현이나

우연한 마주침으로 떠오르는 이슈를 사전에 정할 수는 없습니다.

탐구 여정에서 기꺼이 맞이해야 될 각성과 통찰의 손님들입니다.



수업 준비와 강의를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은

다시 저의 연구와 집필에 중요한 상상력의 원천으로 입력됩니다.

요즘 집필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나오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고 나서

새로운 생각의 화두를 잡고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나누면서

공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학문공동체의 열정을 되새겨봅니다.



“물체는 제 중심에 따라서 제 자리로 기웁니다.

중심이란 꼭 밑으로만 아니고 제 자리로 기웁니다.

불은 아래로 향합니다.

제 중심을 향해 움직이면서 제 자리를 찾습니다.

기름을 물밑으로 붇더라도 물 위로 솟아오르고

물은 기름 위로 붇더라도 기름 밑으로 가라앉습니다.

제 중심을 향해 움직이면서 제 자리를 찾습니다.

그런 질서가 덜한 곳에는 불안하고 질서가 잡히면 평온합니다.

제 중심은 저의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어디로 이끌리든 그리로 제가 끌려갑니다”(523-524쪽).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13권 9.10절에 나오는 말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사랑을 무게로 표현한 이유도

내가 사랑하는 만큼 무게가 나가고,

그 무게가 지향하는 방향대로 살아가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관계가 깊어지고,

사랑하면 더 깊이 알게 되어 앎의 무게가 생기고,

사랑하면 가치가 높아지면서 가치도 무거워지며

사랑하면 의미가 생겨 의미에도 무게가 생깁니다.



나를 끌리게 만드는 대상이나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면 그쪽으로 나의 무게 중심이 쏠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랑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무거워진 사랑만큼 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무게가 나의 존재감을 드높여 줍니다.

가볍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미 내 삶의 무게 중심이 중심을 잡고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끌리고 쏠리며 홀립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사람을 이끌고 있는 사랑을 보면 됩니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고백한

“제 중심은 저의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어디로 이끌리든 그리로 제가 끌려갑니다”(524쪽)라는 구절이

바로 인간의 사랑과 사랑으로 끌려가는

인간적 삶의 본질과 핵심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사랑에 의해서 끌리는 대로 따라가려는 욕망이 파동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사람이든 물체든 불안한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무게가 가고 싶은 방향대로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내가 있어야 할 제자리를 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출발은 불안에 휩싸여 있어도

우리는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게를 갖추고

그 무게 중심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진리를 아는 이는 그를 알고

그를 아는 이는 영원을 압니다.

사랑이 그를 압니다.

오, 영원한 진리여, 참된 사랑이여,

사랑스러운 영원이여!(254쪽).

7권 10.16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진리를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 진리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철학(PhiloSophy)도

지혜(Sophos)를 사랑(Philos)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랑’해서 지혜를 알게 되는 학문입니다



진리를 향한 구원(久遠)의 불꽃을 태우며

진리에 대한 열애(熱愛)에 빠졌던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우리도 이번 학기에 진리의 불바다에 뛰어들어

뜨거운 열애를 진하게 한 바탕 해봅시다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토록 오래되고 이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383쪽).

10권 27.38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에는 시기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사랑하느냐입니다.

내가 책 읽기를 사랑하면

책과 눈이 맞아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고,

글쓰기를 사랑하면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각오로

글을 쓰는 일에 혼신의 힘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내가 대상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무게가

곧 나의 존재감의 무게입니다.


내 사랑은 나의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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