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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저서:
‘저서’는 ‘독서’에서 나온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독서와 저서: ‘저서는 독서에서 나온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전문가가 있다. 바로 HRD 전문가다. HRD 전문가는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그 사람의 전문성을 임직원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지식 큐레이터(Knowledge Curator)다. HRD 전문가는 HRD 분야의 전문가지만 다른 전문가와 다른 점은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줌으로써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개발 해나 갈지를 도와주는 전문가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HRD 전문가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주기적으로 읽고 전문분야별 최신 트렌드나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을 빠르게 습득하고 소화해서 전문가 육성에 참고해야 한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능통한 전문가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직접 만나 소통은 가능하다. 분야별 전문가를 직접 만날 수 없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전문가가 쓴 책을 보는 것이다. 책을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다양한 분야의 색다른 생각과 접목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타인의 사고방식’에 상상으로 동조할 수 있는 능력, 이를 ‘논리성’이라 부른다”(113쪽). 우치다 타츠루의 《말하기 힘든 것에 대해 말하기》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내 생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면 빠를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와 끝까지 씨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주어진 위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와서 다른 방도를 추구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기가 일쑤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그만큼 내 생각과 다른 다양한 생각을 만난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오만가지 생각 중에서 몇 가지만 수태되어 새로운 생각으로 탄생한다. 생각은 본래 짝을 찾아 줄기차게 맞선을 보고 추파를 던지고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부모가 정확히 누군지 모른다. (p.55).”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에 나오는 말이다. 새로운 생각 자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각은 낯선 생각과 사랑을 나눠서 생각을 임신해야 한다. 낯선 생각의 탄생은 낯선 생각과 접목될 때다. 책은 낯선 생각을 품고 있는 위험한 사고의 보고(寶庫)다.



“책과 눈이 맞는 순간은 심장이 멎는 순간이다. 차라리 안 읽었으면 위험한 생각은 잉태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지금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 더 위험한 인생이 아닐까… 위험한 생각을 품게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아니 기존 생각을 방치하게 만드는 익숙한 책 읽기나 아예 읽지 않는 행위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며 삶이다(225쪽). 유영만의 《독서의 발견》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그냥 읽은 게 아니라 읽어버렸고 읽고 말았을 때 책은 이미 내 몸을 관통하며 심한 진저리를 일으킨다. 책을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책을 읽기 전에는 오이였지만 책을 읽고 나면 피클로 바뀐다. 책을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독서는 그만큼 위험한 행위다. “그의 책을 읽었다기보다 읽고 말았습니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은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p.35-36).”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에 나오는 문장이다. 책은 멀쩡한 자아를 분열시키고 내 생각에 심한 생채기를 만든다. 문제없이 평온했던 세상이 갑자기 심한 문제 덩어리로 다가온다.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책과 눈이 맞는 순간, 그 사람의 운명은 어디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 책과 만난 우발적 마주침이 새로운 깨우침을 주고 가르침을 선물로 준다. “난 별 기대 없이 읽었다. 무심코 첫 장을 읽다가 뇌의 전두엽에 불이 반짝 켜졌고, 몇 장을 더 읽으니 폐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졌고, 중간쯤 가서는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아 책을 탁 덮어버렸다. 한마디로 내 지적 편력과 모험이 조롱받아 마땅할 장엄한 충격이었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고 이산하 시인이 서평에서 쓴 글이다. 우리가 언제 이런 독서의 충격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2017년 문체부 독서 통계에 따르면 우리니라 성인 10명 중에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한다. 책을 읽어야 지금 여기서 안주하는 삶이 부끄럽다는 걸 느낀다. 책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유도한다. 책을 읽어야 내 사고의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들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287쪽).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 시》에 나오는 말이다. 책에서 만난 인두 같은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꾼다. 문장에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 내 삶을 바꾸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지식생태학자가 추천하는 8가지 독서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첫 번째 독서법은 복독(復讀)이다. 복독은 여러 권 읽기보다 여러 번 읽기다. “두 번 읽기를 시행해보면 그 효력은 한 번 읽기의 두 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몇 배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열 배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 같다”(250쪽). 롤프 도벨리의 《불행 피하기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두 번째 독서법은 습독(習讀)이다. 습독은 시간 내서 읽기보다 시간 날 때마다 읽는 독서법이다. 시간이 나면 책을 읽겠다는 사람은 시간이 나도 책을 읽지 않을 확률이 높다. 오히려 시간이 날 때마다 짬을 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독서를 통해 많은 걸 배우는 사람이다. 셋째 독서법은 정독(精讀)이다. 정독은 빨리 읽기보다 느리게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의도와 의미의 껍질을 깨고 파고들어가 해석하는 독서법이다.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들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나오는 말이다. 



네 번째 독서법은 체독(體讀)이다. 체독은 눈(머리)으로 읽기보다 몸을 읽는 독서법이다. 몸으로 읽는 독서는 우선 손으로 밑줄 치면서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타이핑해서 독서노트를 파일로 만들어 축적하는 독서법이다. ‘축적’이 ‘기적’을 낳는다! 눈으로 읽고 그냥 끝나면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신체화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닙니다. (모국어로 된 고전을) 정말 싹쓸이하듯 읽어나가는 것, 자신의 육체에 파고들어올 때까지 읽는 것입니다. 신체화한 정형은 강합니다. 위험하지만 강합니다(280쪽).” 우치다 타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 나오는 말이다. 다섯 번째 독서법은 찰독(察讀)이다. 찰독은 책만 읽지 말고 삶을 읽는 독서법이다. 진짜 책은 삶이다. 삶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면서 어떤 점에서 무엇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성찰하면서 읽어보라는 의미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중에서 ‘우리 동네 목사님’이라는 시의 일부다. 책 읽으면서 감동받은 문장에도 밑줄을 그어야 하지만 진짜 밑줄을 쳐야 될 곳은 책 읽고 변화된 삶이다. 여섯 번째 독서법은 고독(苦讀)이다. 고독은 편한 책만 읽기보다 불편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읽을 수 있는 것을 읽을 때보다 읽을 수 없던 것을 읽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편하게 읽히는 책이라면 이미 읽은 글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생각이어서 제게 새로움을 안겨주지 않는 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글일 가능성이 클 거라고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글이라면 지금 이렇게 나의 시간과 존재를 걸고 읽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29쪽). 강민혁의 《자기 배려의 책 읽기》에 나오는 말이다. 



일곱 번째 독서법은 월독(越讀)이다. 월독은 경계 안에서만 읽기보다 경계 밖에서 읽는 독서법이다. HRD 전문가가 HRD 책만 읽으면 전문적인 문외한이 된다. 자기 분야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단절된다. 전공과 관심분야를 넘나들며 읽어야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인식이 생겨 기존 관심 분야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여덟 번째 독서법은 협독(協讀)이다. 혼자 읽기보다 여럿이 함께 읽으며 토론하는 독서법이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아니라 독후감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끝나는 시점이다.” 강창래의 《책의 정신》에 나오는 말이다. 같은 책을 읽었어도 저자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여럿이 읽고 토론하면 한 권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러 번 읽은 효과가 난다. 이렇게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만의 책을 쓰기 위해서다. 독서의 완성은 책 읽기가 아니라 책 쓰기다. 책을 쓰려면 자기만의 삶이 있어야 한다. 삶이 책으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책을 참고한다. 다양한 저서를 독서하면 자기 방식으로 저서를 어떻게 써야 될지 감이 온다. 많이 읽은 사람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풀어낼 방법도 그만큼 다양하다. 읽어야 삶을 다르게 읽어낼 수 있고, 다르게 읽어낼 수 있어야 다르게 쓸 수 있다. 결국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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