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만든 흔적이 관계의 기적을 낳습니다
사랑은 물음표, 혁명은 느낌표입니다!
사랑은 혁명을 시작하는 신호탄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따뜻한 사랑의 싹이 자랍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사랑이 흐르지 않습니다. 본래 의견이 다르고 주장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다 보면 갈등과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사랑의 둥근 ‘ㅇ’이 생긴 원동력은 사람의 ‘ㅁ’가 부딪치면서 일어난 갈등과 충돌 덕분입니다. 바닷가의 둥근 돌멩이도 처음에는 모가 난 돌멩이끼리 부딪치며 주고받은 상처 덕분입니다. 사람과 사람은 저마다의 다른 탄생 배경과 사연을 갖고 살아갑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나도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색다른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오늘도 사람을 만나고 내일도 사람을 만납니다. 만남 속에서 오고 가는 다른 생각과 의견이 오늘과 다른 나를 내일로 데려갑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따뜻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가지만 또 어떤 사람은 아픈 상처를 남기고 갑니다. 어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지만 또 다른 사람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쁨을 주지만 또 어떤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던져놓고 갑니다. 사람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기는 인간관계의 얼룩과 무늬가 만든 사회적 합작품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싹이 트는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애정’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열정’을 낳고 내가 일에도 몰입과 집중을 가져옵니다. 나를 어떻게 개발하고 성숙의 경지로 이끌어갈지를 고민하는 ‘전략’과 ‘방법’은 나를 사랑하는 일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나를 사랑하면 나를 어제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전략과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기를 계발하는 전략과 방법은 수단이며 계략이고 술책입니다. 사랑이 전략과 방법을 지배합니다. 이런 사실은 내가 하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일을 사랑하는 않는 사람에 그 일을 잘하는 전략과 방법을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스쳐 지나가는 마이동풍(馬耳東風) 일뿐입니다. 나를 사랑하든 내 일을 사랑하든 사랑이 시작되면 뜨거운 물음표(?)가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뜨거워지면 그만큼 사람이든 대상이든 주체할 수 없는 물음표가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면 앎의 깊이는 깊어지고 강도는 더욱 강해집니다. 《사랑의 급진성》을 쓴 크로아티아의 철학자, 스레츠코 호르바트에 따르면 사랑은 우연한 빠져듦(fall)이고 그것은 곧 혁명입니다. 한 번 빠져들면 위험해집니다. 그때부터 세상은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멀쩡하던 자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혁명과 사랑은 모두 우연한 빠져듦으로 시작하는 위험한 몰입입니다.
빠져든 사랑은 다가올 위험을 무릅쓰고 일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혁명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엮여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거나 하던 짓을 안 하게 되는 일. 연애가 그랬고 공부가 그랬다.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계기적 사건이 사랑 같다”(87쪽). 은유의 《다가오는 말들》에 나오는 사랑에 관한 정의입니다. 뜨거운 물음표(?)로 시작한 ‘사랑’은 마침내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혁명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혁명은 사랑으로 찾아낸 감동의 느낌표(!)입니다. 뜨거운 물음표로 달려간 사랑은 마침내 감동의 느낌표를 찾아내고 맙니다. 사랑이 식으면 관성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이 시작됩니다. 상식에 시비를 걸고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곡선의 물음표는 직선의 느낌표를 찾아내기까지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곡선의 물음표는 방황을 거듭하지만 직선의 느낌표를 마침내 찾아내는 순간 방향을 잡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호기심의 물음표와 감동의 느낌표가 살아갑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소개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면서 이런저런 기쁨과 감동을 누리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아픔과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만남은 언제나 호기심의 물음표로 상대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탐험입니다. 호기심의 물음표는 사람마다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알고 싶다는 의문이 질문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심이 의혹으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의 물음표는 의심이나 의혹의 눈치가 아니라 의문과 질문의 눈빛입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순간 호기심의 물음표는 감동의 느낌표를 찾아 혁명을 시작합니다.
사랑으로 시작한 만남이 혁명을 완수합니다
사랑으로 다가설 때 비로소 상대의 가슴에 맺힌 사연이 범상치 않게 보이고 색다르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그 아픈 사연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상대의 아픔과 슬픔, 숱한 사연과 배경, 어둔 그림자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을 모두 가슴으로 끌어안는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상대와 진심으로 만날 수 없습니다. 사랑 없이 이루어지는 만남은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지 않은 스쳐 지나가는 당구공 만남입니다. 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슬픔을 쓰다듬어주며, 어둔 그림자에 빛을 드리워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을 덮어주는 돌봄입니다. 대상이든 사람이든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제의 대상이 오늘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어제의 그 사람이 또다시 오늘 나타날 뿐 나에게 그리움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상대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주목하지 못합니다. 어제와 다른 말의 의미상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런 말을 지금 여기서 하는지 그 의미와 가치가 전해주는 의도를 읽어내지 못합니다. 사랑하지 않고 만나는 관계는 시간과 에너지의 소비일 뿐입니다.
사랑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은 상대가 자주 쓰는 말의 의미, 왜 특정 시점에서 말을 더듬는지, 그 안에 무슨 아픈 사연이 잠재되어 있는지 눈치 채지 못합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대화 도중에 부딪히고 아픈 상처가 드러났어도 도망가지 않는 만남입니다. 사소한 일로 만남을 그만두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의미는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함께 발을 딛고 서 있는 주어진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올곧이 응시하는 일입니다. 만남을 가로막는 껍데기를 걷어내고 속 깊은 내면으로 함께 파고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따뜻한 가슴으로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혼자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을 기꺼이 꺼내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아보며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더듬어 반추해보는 일이며,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캐내는 작업이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과정입니다. 사랑으로 만나는 만남이라야 타자가 겪는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끌어안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합니다. 사랑만이 혁명을 완수합니다.
진정한 사랑으로 만나지 않는 사람에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그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될 부담되는 사람이며, 의무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되는 귀찮은 존재입니다. 진정한 사랑이 동반되지 않는 만남은 설렘과 기대로 기다려지는 만남이 아닙니다.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만이 남는 소비적인 만남입니다. 사랑으로 만나지 않으면 시간은 그저 물리적으로 흘러만 갑니다. 사랑하지 않는 가운데 보내는 1시간의 만남은 따분하고 지겹기 그지없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동반되는 만남의 시간은 초침과 분침이 돌아가는 움직임조차 가슴 뛰는 음악이며, 더 이상 빨리 흘러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만남을 사랑하기 전에 만나는 사람을 사랑해야 같은 시간을 보냈어도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소통의 소산(所産)이 생깁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주고받는 메시지의 표피적 의미를 포착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기꺼이 그 사람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만나야 불가능한 한계도 한 게 없는 사람들의 핑계로 전락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만든 흔적이 관계의 기적을 낳습니다
사랑으로 만난다는 것은 방관자적 삶의 자세로 그 사람을 멀리서 관망하거나 관조하는 게 아니라 기꺼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잠시라도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겁니다. 사랑으로 만나는 것은 일상의 배경으로 묻혀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우리를 세상의 중심으로 설정하는 일입니다. 사랑으로 만나는 것은 그래서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랑으로 만나는 일은 따뜻한 진심과 부끄럽지 않은 진정성으로 상대와 내가 혼연일체가 되는 과정입니다. 사랑으로 만날 때 누구에게는 자기 삶의 전부를 고백하는 문제고, 누구에게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힘겨운 결단입니다. 누구에게는 과거의 슬픔을 다시 건드리는 문제이고, 누구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다시 한번 반추해보는 견디기 어려운 고백의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만나야 되는 이유는 그런 만남만이 마음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따뜻한 가슴으로 공감의 연대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동반되지 않는 만남은 만남이 깊어질수록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가져갑니다. 결국 만남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로는 소원(疏遠) 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오직 사랑만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할 수 있으며, 사랑으로 만나는 길만이 힘겹고 견디기 어렵지만 같은 방향과 가치를 가슴에 품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나눌 수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머리로 생각하며 풀기 전에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세요. 말로만 하지 마시고 생각만 너무 오랫동안 하지 마세요. 지금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사랑은 관념이나 추상명사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보통명사이며, 매일매일 실천하며 살아가는 동사입니다. 사랑으로 눈앞의 상대에게 의지(依支)도 하고, 사랑으로 눈앞의 상대에게 의지(意志)를 피력하세요. 진정한 사랑은 의지(依支)하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의 주관적 의지(意志)로 분연히 일어서는 삶입니다. 같은 사람을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도 언제나 남다른 설렘으로 잠들고 색다른 호기심으로 만나보세요. 매 순간이 경이로운 기적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리고 정열적으로 사랑하세요.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당신의 하루를 걸고, 당신의 전부를 걸고. 사랑으로 다가갈 때 타자는 나를 괴롭히는 지옥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다른 나로 이끌어주는 디딤돌이 됩니다. 사랑으로 만나는 사람이라야 애정의 젖줄로 연결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타자는 관계없는 인간이 아니라 관계있는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의 흔적이 기적을 낳습니다. 사랑으로 완수하는 혁명에 여러분을 초대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의 이런 사람은 바로 사랑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 만나면 망합니다”에 나오는 이런 사람 역시 사랑을 매개로 만남을 유지하지 않으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 되지 마세요”에 나오는 이런 사람도 만나면 반드시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이런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런 사람의 위기에 빠지지 마세요”에 나오는 이런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아서 의욕과 열정이 없어진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계속 만나면 나 역시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뭔가 다른 이런 사람 되세요”와 “이런 사람과 소통하세요”에 나오는 이런 사람은 바로 우리가 찾는 자신은 물론 자신의 삶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사랑하면서 사랑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가꾸어나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의 생각에 빠지지 마세요”에 나오는 이런 사람은 색다른 생각으로 만나는 사람의 생각의 틀을 새롭게 바꿔주는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곧 생각의 만남이라고 볼 때, 생각이 맑고 건전하며 색다른 사람을 만나야 나도 색다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의 물음표가 스며들기 시작하면 감동의 느낌표가 출산됩니다. 감동의 느낌표가 축적되면 마침내 두 사람 사이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은 지금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입니다. 사랑은 우선 아픔과 슬픔을 감싸 안아주고 지난날의 치부까지도 보듬어줍니다. 사랑은 상처 위에 바르는 연고입니다. 사랑은 그 어떤 아픔과 슬픔도 담담한 희망과 용기로 변신시켜주는 촉매제입니다. 사랑의 물음표를 만나는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물음표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침투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경계도 무너지고 튼실한 신뢰가 자라는 관계로 바뀝니다. “현명한 사람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공경할 수 있고, 외경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나쁜 점을 식별할 수 있고, 미워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식별할 수 있다”(102쪽). 예기집대설대전 곡례(禮記集說大全 曲禮)상(上) (1)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합니다.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단점이나 개선하면 좋은 점을 발견하고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합니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책이 사람과의 만남에서 받은 우리 모두의 상처를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는 연고이자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연결하는 접착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만 지상의 낙원에 들어갈 수 있다. 그 낙원은 인간의 원래 고향이며, 따라서 사랑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2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