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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5가지 이유

당신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5가지 이유

책을 읽으면 오리무중(五里霧中)했던 삶이 오색찬란(五色燦爛)하게 빛나는 이유



책읽기의 첫 번째 효능은 풍부한 개념을 습득해서 색다른 생각을 남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데 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개념의 차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만큼 다양한 개념을 많이 습득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념이 없다. 생각이 없는 이유는 본래부터 그런 게 아니다. 개념이 없기 때문에 생각이 없는 거다. 책을 읽으면 개념 습득 또는 개념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알고 있던 개념도 저자마다 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개념의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다. 기존 개념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통상적인 개념과 다른 의미로 재탄생시킨다. 개념이 재탄생하는 순간, 내 생각도 다르게 잉태된다. 또한 독서는 처음 보는 개념을 만나게 해준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니체의 힘에의 의지, 들뢰즈와 가타리의 아장스망, 마르셀 듀샹의 앵프라맹스,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베르그송의 엘랑비탈,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남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고뇌 끝에 창조한 개념이다. 고독과 고뇌의 합작품, 저자의 생각이 숙성되어 농축된 개념의 보고가 책이다. 책을 통해 습득하는 개념은 사고의 유연성은 물론 복잡한 현실을 보고 적확한 개념을 사용하여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이해시킨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동서고금의 위인들이 남긴 책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고전에 관한 색다른 정의를 내린 사람이 있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나는 ~을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을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 책이다.” 쿠바출신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말이다. 이처럼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개념에 담긴 통념을 깨부수는 정의를 만나게 해준다. ’일 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이라는 시를 쓴 진응영 시인은 ‘슬픔’을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로 정의하고, ‘문학’을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이라고 정의한다. 사전에 나오는 개념을 시인의 상상력으로 재정의한 개념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서가 주는 효능 중의 효능이다. 나아가 새로 정의된 개념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은 독서가 주는 덤이다.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두 번째 효능 중의 하나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개념이 직조되면 문장이 된다. 색다른 개념으로 건축된 문장 안에는 저자의 남다른 사연과 배경, 그리고 철학과 혼이 담겨 있다. "창작이라는 것은 본래 왼쪽에서 뛰는 심장이 시켜서 하는 일입니다(p.189).”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예술가는 좌파라고 했던가. 예술적 창작을 왼쪽 가슴과 연결시켜 생각한 놀라운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숙고하는 것이 손전등이라면 행동하는 것은 전조등이다. 행동의 빛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훨씬 더 멀리까지 비춘다. 그러므로 흥미롭고 새로운 장소로 나아가려면 고민의 손전등을 꺼야 한다(270쪽).” 롤프 도벨리의 《불행피하기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숙고보다 행동이 위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숙고와 행동의 차이점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손전등과 전조등에 비유해서 표현한 인두같은 문장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p.99).”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그리고 연대에 관하여》 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가 아무리 혁신적인 생각으로 책을 썼어도 독자가 감동받지 못하면 무용하다. 글과 다르게 책은 독자의 심장을 박동하게 하지 못하면 팔리지 않는다. 팔리지 않는 글은 괜찮지만 팔리지 않는 책은 존재이유가 없어진다. “내게 일어나는 우연을 내가 설계할 수 없지만, 타인에게 일어나는 우연은 내가 설계할 수 있다(52-53쪽).”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에 나오는 문장이다. 우연은 의도하거나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을 위한 우연은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책읽기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깨달음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체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다. 책은 저마다의 인생을 살면서 겪은 다양한 체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간접체험의 보고다. 책을 읽으면 나와 다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겪은 산전수전과 우여곡절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만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내가 모든 것을 다 체험할 수는 없다. 가서 보는 것과 앉아서 보는 것 사이에는 천지차이가 존재한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모든 것을 다 직접 경험해보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문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말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나와 다른 사람이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을 통해 지금 여기서의 삶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어느 날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도전한 저자의 책을 읽고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실제로 도전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도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누구나 다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기까지의 여정과 거기서 깨달은 체험적 교훈은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몸을 던져 체험한 생생한 기억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간접체험은 시야를 넓혀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내 생각을 바뀌기 위해서는 부단히 체험을 업데이트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간접체험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세계 밖에도 다른 세계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트트르가 이야기하는 경험의 직업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40대가 넘으면 ‘경험의 직업인’들은 작은 집착이나 몇몇 속담을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은 자동판매기가 되기 시작한다. 왼쪽 주입기에 동전 몇 개를 넣으면 은종이에 싸인 일화가 나온다. 오른쪽 주입기에 동전을 넣으면 물렁물렁한 캐러멜처럼 귀중한 충고가 나온다(p.131).” 사르트르의 《구토》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책을 읽는 네 번째 이유는 나와 다른 사유를 만나기 위해서다. 책에는 저자가 책을 쓰면서 고뇌했던 사유의 얼룩과 무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 식으로 말하면 책에는 저자가 고뇌하면서 생긴 흔적과 주름이 담겨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 내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경각심, 다른 사유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통찰력이 책의 곳곳에 숨어 있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7쪽).” 우치다 다쯔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에 나오는 말이다. 무지가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라는 놀라운 통찰은 책을 읽지 않고서나는 만날 수 없는 색다른 사유입니다. 책은 이처럼 나와 다른 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깨달음의 보고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329쪽).” 고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말이다. 조금 긴 글이지만 인용한 이유는 옆 사람을 증오하는 이유가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깨달음은 뜨거운 여름밤의 고통을 온몸으로 지내면서 건져올린 체험적 사유체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상상력의 텃밭애서 마음껏 놀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책을 읽으면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속에서 사건의 발단과 전개, 절정과 결말을 이어가면서 펼쳐지는 드라마는 그 자체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양강장제다. 에세이를 읽으면 짧은 글 속에 녹아들어있는 저자의 상상력의 결집체를 만날 수 있다. 시를 읽으면 그야말로 일반인들로서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적 상상력의 날개가 곳곳에서 펄떡거리고 있다. “그 사람의 사상은 그가 주장하는 논리 이전에 그 사람의 연상세계, 그 사람의 가슴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사람의 사상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연상세계를 그 단어와 함께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봐요(65쪽).” 고 신영복 교수의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저자가 선택한 특정 개념이나 문장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상상력을 만나는 것이다. 글쓰기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의 작품이다. 예를 들면 일정한 시간을 주고 ‘막걸리’라는 단어를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이 사람들이 막걸리와 연상하는 단어나 이미지는 비오는 날 파전을 안주로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마셔보았거나 특정 지역별로 출시되는 지역특산 막걸리를 마셔본 추억일 것이다. 따라서 막걸리에 대해서 글을 쓰는 와중에 연상되는 단어의 수준과 깊이가 그 사람이 막걸리에 대해서 쓸 수 있는 글의 수준과 깊이를 결정한다. 막걸리에 대해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색다르게 마셔본 막걸리에 관한 체험적 추억이 있거나 막걸리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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