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고 굶주린 단어들을 어루만지며
단어의 무게
단어들이 모여 앉아
저마다 품고 있는
세월의 무게를 재고 있다.
내리막길에서 숱한 슬픔과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고 버둥거리는 절망
밑바닥을 오랫동안 기어 다니며
힘든 세상을 살아온 좌절
걸림돌에 넘어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실패
혼돈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긴 세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방황
한두 번도 아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시련
어두운 밤을 벗 삼아
홀로 시간을 보내며 내면으로 침잠한 고독
하루가 멀다 하고 다가오는
난국을 온몸으로 극복하며 통증을 호소하는 고통
배고픔을 견디며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버텨온 가난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와 음지에서 쉬고 있는 우울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온
단어들이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고
쓰다듬어주고 어루만져 주며 위로를 건넨다.
절망과 좌절,
실패와 방황,
시련과 고독,
고통과 가난,
그리고 우울이 모여 앉아
지난 세월을 살아온 삶의 무게를 잰다.
헐벗고 굶주린
저 많은 단어의 무게가
내 인생의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