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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지녀야 하는 세 가지 품격:
신비, 전율, 매력


글이 지녀야 하는 세 가지 품격신비와 전율그리고 마력


고대 로마인은 위대한 리더의 덕목을 ‘신(神)’을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인 ‘누멘(numen)’에 비추어 설명한다(배철현, 2019). 배철현 교수에 따르면 누멘의 원래 의미는 ‘고개를 끄덕이다, 인정하다’라는 의미인 '누오(Nuo)'와 명사형 어미 ‘men'의 합성어라고 한다. 어원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결국 누멘은 ’ 인간들 뿐만 아니라. 신들도 인정하는 인간의 기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신도 인정하는 리더의 누멘에는 어떤 덕목이나 품성이 포함되어야 하는가? 독일의 종교현상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가 제시한 세 가지 품성에 비추어 품격이 있는 글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번안해서 설명한다. 위대한 리더는 신비(mysterium), 전율(Tremendum), 매력(Fascinans)을 지니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감동을 주는 글은 ’신비스러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전율하는 체험적 깨달음‘을 제공하며, ’매력을 발산하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첫 번째 리더의 품성은 미스테리움(mysterium), 즉 신비(神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리더가 신비로운 이유는 범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숙고해서 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미스테리움을 갖추려면 리더는 그 누구보다도 세상 물정을 깊이 사색하고 숙고하면서 미래 지형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 팀원이나 조직이 준비해야 될 사항이 무엇인지를 자신만의 공간에서 깊이 묵상하고 탐색하는 사고실험을 거듭한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독자가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거나 늘 보는 익숙한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을 한다. 작가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거나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면서 독자들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글 곳곳에 심오 놓는다. 작가의 상상력은 밑도 끝도 없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직간접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독자가 작가를 신비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전혀 다른 상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시인의 짧은 시 안에 남긴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미스테리다. 똑 같은 걸 보고도 시인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걸 보고 느낄 수 없는 걸 역지사지로 느낀다. 장편 소설 속에 담긴 소설가의 상상력은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수많은 사람을 등장시키면서 길을 잃지 않고 독자들을 놀랍게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생각하면 그 자체가 미스터리다. 작가는 언제나 우리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낯선 타자 같지만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우리와 보고 듣고 생각하며 느끼는 감각을 언제나 다듬어서 세상을 다르게 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다.


두 번째 리더의 품성은 트러멘둠(Tremendum), 즉 전율(戰慄)이다. 나의 오감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거나 전대미문의 새로운 깨달음 앞에 섰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율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리더의 생각과 행동은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안목과 식견을 제시한다. 탁월한 혜안을 제시하는 리더를 바라보는 순간 눈은 멀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탁월한 혜안을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작가의 글을 만나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은 뛰며 주먹을 불끈 쥐어진다.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한 동안 방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흥분을 참지 못한다. 작가 특유의 깨달음이 가미된 문장을 만날 때 전율하는 감동과 더불어 놀라운 사유의 지평이 열린다. 자신의 생각을 남다른 문장으로 건축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수사력을 볼 때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입니다(7쪽).” 우치다 타쯔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에 나오는 말이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전율하는 감동과 함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율은 저자의 특유의 체험적 깨달음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문장을 만났을 때 온다. 전율은 작가가 제공하는 독창적인 안목과 식견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놀라움을 경험할 때 동반된다. 고민하던 화두를 작가의 메시지로 설득력 있게 풀어낼 때 독자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리더의 품성은 파시난스(Fascinans), 즉 매력(魅力)이다. 리더의 매력은 팀원의 절대적 신봉을 유도하는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아우라에서 비롯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에서 흘러넘치는 리더의 생각과 행동은 그 자체가 엄청난 아우라다. 스스로 뛰어넘은 한계 체험과 도전을 통해서 깨달은 실천적 지혜를 전하는 리더의 모습은 팀원을 흠뻑 빠지게 만드는 자석과도 같은 매력적이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저마다 특유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풍기는 아우라와 헤르만 헤세가 《유리알의 유희》에서 던지는 아우라는 전혀 다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솟아나는 아우라와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울려 퍼지는 아우라 역시 판이하게 다르다. 아우라는 작가 특유의 문체에서 비롯되는 형언할 수 없는 마력이다. 아우라를 만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반론을 제기하거나 저항할 수 없이 당하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매력적인 작가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강하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가 독자에게 매력적인 글을 선사한다. 어떤 작가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칼라와 남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칼라와 스타일이 문체를 완성하고 그 문체가 작가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독자는 작가의 지문으로 써나가는 글에 매료된다. 그런 글은 해당 작가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글이다. 《배철현의 위대한 리더》에 따르면 “매력은 나와 너의 경계를 가물가물(玄)하게 하는 신비한 돌, 자석(磁石)과 같습니다”(7쪽). 매력적인 사람 앞에서는 갑자기 다가섬을 막는 장벽이 사라지고 강력한 끌림이 작동하면서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쏠림현상이 발생합니다.



신비(神秘)는 말 그대로 신(神)도 모르는 비밀(秘密)이다. 작가의 신비스러움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신비스러움은 시끌벅적한 대중적 공간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외롭고 고독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갈고닦은 사람에게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신비는 작가가 독자를 따르게 만드는 비밀 전략이다. 신비, 즉 미스터리(Myatery)는 한 분야의 경지, 즉 마스터리(Mastery)에 이른 사람은 보여줄 수 있지만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흉내 낼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신비한 비밀 병기다. 트러멘둠, 즉 전율은 두 가지 자극으로부터 온다. 먼저 전율은 두려움이나 공포심에서 온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함에 맞닥드려 몹시 무섭거나 두려울 때 몸이 벌벌 떨리는 현상이 전율이다. 두 번째 전율은 몸이 떨릴 정도로 감격스러운 체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글의 품격은 두 번째 의미의 전율에서 온다. 작가는 베일에 가려진 신비스러운 작가가 전율하는 감동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매력에 빠져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매력은 작가 특유의 작가정신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독특한 아우라다. 아우라는 설명을 거부한다. 그냥 느낌으로 다가올 뿐이다. 미스터리에 휩싸인 작가의 마스터리 수준을 알면 저절로 전율하는 감동이 다가오고 진저리가 처질 정도로 전율하는 감동을 주는 작가에게 흠뻑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작가의 신비, 전율, 매력은 오로지 작가가 지닌 고유한 단독성(singularity), 즉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 특유의 고유함, 유니크니스(uniqueness)에서 생긴다. 작가의 단독성은 작가의 독특한 경험을 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유한 품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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