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난국을 극복하는 한 가지 지혜
소금 1톤을 함께 핥아먹기
코로나 19 난국을 극복하는 한 가지 지혜
"소금 1톤을 함께 핥아먹는다는 건,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다양하게 같이 경험한다는 의미란다. 소금은 보통 조금밖에 쓰지 않으니까 1톤이면 엄청 많은 양이잖니. 그걸 끝까지 다 핥는 데는 긴긴 시간이 걸릴 테지. 그러니까 아무리 오래 알고 지냈더라도 인간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겠니(5-6쪽)." 스가 아쓰코의 《소금 1톤의 독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소금은 소량을 써야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금 1톤을 그것도 함께 핥아먹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며 함께 고생하는 경험을 기꺼이 나누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금 1톤을 함께 핥아먹은 경험이 나로서는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해보지 않은 일이기에 소금 1톤을 놓고 함께 핥아먹는 사람들의 고통의 강도를 어렴풋한 상상력으로 그려볼 뿐입니다.
작금의 상황은 소금 1톤을 함께 핥아먹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난국이며, 그것도 가까운 시일 내에 종식될 거 같지 않기에 더욱 난감한 형국입니다.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은 내 몸 밖에서 일어나는, 나와 관계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나도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에 공조했던 당사자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슬기와 용기를 모아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합니다.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그 원인과 장본인을 파악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난국에서 벗어나는 전면전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일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 후에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똑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과 사태를 일으킨 문제의 원인을 찾아 뿌리를 점검하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이 필요합니다.
잘 못이 있었기에 바로잡아야 하고 바로 잡을 일이기에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타자의 잘못을 밝혀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마음과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음을 알려주려는 마음은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오는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으로 감싸 안을 때 생각도 깊어지고 행동도 달라집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나의 경험 영역을 넘어서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과거에 겪였던 나의 경험적 지식으로 함부로 판단하는 오류나 어리석음에 특히 조심스러운 자세와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대신에 힘든 형국임에도 불구하고 발 벗고 나서는 용기 있는 현자들의 행보에 박수를 쳐줄 때입니다.
내가 만약 저렇게 힘든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대처했을까를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고 기꺼이 경계를 넘어 그들의 품속으로 들어가 볼 때 나는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우리가 되고 하나가 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가며 질책과 비난의 화살보다 응원과 희망의 연대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소금 1톤을 함께 핥아먹는 심정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함께 나누며 새봄의 희망을 꿈꿔봅니다.
p.s.: 사진은 황해원 (Felix Hwang) 폐친님이 올려주신 이정헌 작가님 작품을 무단 도용했어요. 용서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