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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위험한 철학자, 아이러니스트(Ironist)가 되어라!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아이러니스트(Ironist)가 되어라!


“철학이 없는 삶은 맹목이고, 삶이 없는 철학은 공허하다.” 칸트의 말입니다. 철학과 삶의 긴밀한 연결과 관계를 농축한 말입니다. 뚜렷한 주관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요.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허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만의 철학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철학이 없는 삶은 모방하는 삶에 지나지 않습니다.



철학 공부가 필요합니다. 견디기 힘든 삶의 화두를 붙들고 지금 여기의 삶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내적 체험이 필요합니다. 남의 철학이 내 몸을 관통할 때 진저리 쳐지는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무리 훌륭한 지식이라고 해도 내 몸을 통과하면서 남긴 몸서리가 없다면 나의 체험적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철학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질문을 던지는 삶으로 전환되는 데는 고통이 따릅니다. 그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이 철학을 공부하는 여정입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자의 고뇌가 내 안으로 파고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믿었던 신념 체계를 무너뜨리고 타성에 젖어 사는 낡은 사유에 생채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낯선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단입니다.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무런 불편이 없는 사람에게는 철학은 아무런 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은 이미 나 있는 길을 거부하고, 나의 생각과 나의 두 발로 예측불허의 세계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기 때문입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익숙한 관성의 늪에서 사유의 발목을 잡는 공작원들을 퇴치하는 과정입니다. 철학을 공부할수록 익숙한 사유의 문법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늘 사용하던 언어적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타성에 젖은 사유를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되지요. 아이들은 뜬금없는 비유를 통해 어른들의 타성에 젖은 사유 체계에 망치질을 합니다. 철학적 사유는 바로 타성에 젖어 고루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사유 체계를 무너뜨리고 낯선 생각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과정입니다.



철학적 사유는 모험입니다. 안온한 여기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불편하고 위험한 바깥의 삶을 동경하되 철저하게 지금 여기서의 삶에 뿌리를 둡니다. 안간힘을 쓰면서 지금 여기의 삶을 견디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철학적 사유에 공감합니다. 철학적 사유는 현실과 동떨어진 들뜬 사유가 아니고 자기 편의주의적으로 현실에 안착하려는 덜떨어진 사유도 아닙니다.


철학적 사유는 당대를 지배하는 주류적 사유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위험한 탐험입니다. 그 위험한 탐험을 멈추는 순간 철학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우리를 이끌지요. 어디로 가는지 쉽게 알 수 없고 왜 그런 위험한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당장은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위반과 위배를 통해 기존 사유 방식을 이전과 다르게 배치하려는 안간힘 속에서 우리는 알 수 없는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깊은 절망 속에서 끝도 없는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 철학입니다.


저는 이 책에 소개하는 열두 명의 철학자를 아이러니스트로 규정합니다. 우리말로 반어(反語)로 번역되는 아이러니(irony)는 자신이 의도하는 생각과 반대되는 의미를 전달하여 숨은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표현법이지요. 흔히 운명의 장난(the irony of fate)이라는 말처럼 아이러니는 어떤 일이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나 모순을 의미합니다. 이런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아이러니스트(ironist)라고 합니다.



아이러니스트는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나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지칭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입니다. 아이러니스트는 낡은 생각을 익숙한 언어로 날조하는 삶에서 벗어나 익은 생각을 낯선 언어로 부단히 창조하는 시인의 삶을 표방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사람은 모두가 아이러니트스입니다.


지금 삶이 힘든 여정 속에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타성에 젖은 언어적 점성에서 벗어나 색다른 어휘로 어제와 다른 여정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통념에서 벗어나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삶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아이러니스트로 변신하는 탐구 여정에 초대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이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등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열두 명의 철학자와의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색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듯이, 이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남다른 깨우침의 선물로 다가가기를 소망해봅니다.


ebs 클래스 e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https://classe.ebs.co.kr/classe/detail/135362/40009039


p.s.: 대학원 수업 발표팀이 아이러니스트 티셔츠를 맞춰 입고 등장하는 퍼포먼스 덕분에 저도 하나 얻어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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