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마찬가지인 까닭은
어둠이 잠든 사이
첫눈에 반하는 눈꽃이 핀 까닭은
추위에 떨며 품었던 먹구름이
외로운 꽃들을
나뭇가지 위에 걸쳐 놓았기 때문.
바람이 지나가는 사이
나뭇가지가 휘어진 까닭은
허락도 없이 매달아놓은
외로움의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
햇살이 마실을 나간 사이
나뭇가지에 걸린 한나절의 공포가 하소연을 하는 까닭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호주머니에 담긴 고뇌의 깊이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
나뭇잎이 눈깜짝할 사이
한 무더기의 시름이 추락하는 까닭은
사소한 추억이 그림자를 만나
찌그러지는 쇠락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
나뭇가지가 기지개를 펴는 사이
줄기를 타고 눈물이 흐르는 까닭은
하루를 살아낸 추억이
기억으로 재생되지 않고
수면제로 전락하는 서글픔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
저녁이 하루를 마감하는 사이
괴로움을 머금은 나무뿌리의 침묵이
물음표를 잉태한 까닭은
절망의 짐짝들이 철없이 방황하다
불안한 발자국으로 떨고있는 바다를 건너가기 때문
어둠의 빛깔이 짙어지는 사이
나목이 껍질의 슬픔의 두께를 한탄하며
새벽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나이테 간격이 난중일기를 쓰며
추위에 떨고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