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명사를 죽여서 문장 생동감 올리는 4가지 방법
명사(名士)들의 문장에는 명사(名辭)보다 동사(動詞)가 많은 까닭은?
추상명사를 죽여서 문장 생동감 올리는 4가지 방법
“문장의 진부함을 측정하려면 그 안에 있는 명사를 세어보면 된다. 글 한 편이 너무 명사로 되어 있다면 그것은 작가가 독자를 배려하지 않고 옅게 사고한다는 반증이다”(94쪽). 조모란의 《단어 옆에 서기》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명사는 정적인 의미가 고정된 상태로 잠겨 있다면 동사에는 명사의 의미가 구체적인 동작으로 살아 움직인다. 구체적인 동사가 명사, 특히 추상명사화된 표현이 많은 문장일수록 저자의 살아 숨 쉬는 감각은 추상화의 무덤으로 들어가 진부한 생각만 양산할 뿐이다. 이반 일리치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다. “경제에서 사용사치를 무시할 수 있다는 환상은 지금껏 자동사로 자칭되던 행위를 명사로 거론되는 상품으로 제도적으로 정의하며 무한정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생겨난다. ‘배우다’가 교육으로, ‘낫는다’가 건강관리로, ‘움직이다’가 교통으로 ‘놀다’가 텔레비전으로 끝없이 바뀌어 간다”(83쪽). 배우는 살아있는 모든 활동이 교육이라는 추상명사 범주에 갇히고, 어제보다 몸이 나아지는 상태를 건강관리라는 추상명사가 집어삼키며, 움직이는 역동적인 모습이 교통이라는 추상명사에 포획당하는 순간, 사회는 물론 그 사회적 실상을 담아내는 문장도 추상화의 감옥에 갇힌다. 이런 추상명사에 덫에서 벗어나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문장을 낳기 위해서는 맛깔난 동사로 역동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야 한다.
①'추상적인 상태' 대신 '그 상태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물/현상' 묘사
인물의 감정이나 어떤 추상적인 상태를 직접 말하는 대신, 그 감정이나 상태 때문에 변화하거나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라는 문장보다 "젖은 손수건이 그녀의 손에 구겨져 있었다"로 표현하면 문장에서 생동감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슬픔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슬픔 때문에 생긴 '젖은 손수건'과 그 행동 '구겨져 있었다'를 보여줘서 슬픔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외로움이 그를 괴롭혔다"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외로움이라는 차가운 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처럼 외로움을 '차가운 손'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만들고 '짓눌렀다'는 행동을 부여하면 생동감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상승한다. "불신이 싹텄다"보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콧방귀를 뀌며 "글쎄다"라고 말했다"라는 문장이 불신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까닭은? 불신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불신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 '콧방귀를 뀌며'와 대화 내용 '"글쎄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행복이 느껴졌다"보다 "달콤한 솜사탕을 베어 문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라고 바뀐 문장처럼 행복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행복할 때의 감각과 행동을 '달콤한 솜사탕',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로 구체적으로 보여줄수록 행복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⓶'추상적인 행동' 대신 '그 행동의 구체적인 결과물' 보여주기
어떤 추상적인 행동('노력하다', '기다리다', '포기하다' 등)을 직접 말하는 대신, 그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거나 남게 된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는 노력했다"는 추상적인 행동으로 표현된 문장보다 "땀에 젖은 작업복과 굳은살 박인 손"이라는 문장은 노력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노력의 결과물인 '땀에 젖은 작업복'과 '굳은살 박인 손'을 보여줘서 그의 노력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그녀를 기다렸다"는 문장보다 "식어버린 커피 한 잔과 읽다 만 책"이라는 문장이 훨씬 살갗을 파고드는 까닭은? 기다림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기다리는 동안의 상황을 보여주는 '식어버린 커피'와 '읽다 만 책'을 통해 기다림의 시간과 지루함을 더욱 시각적으로 묘사해 준다. "그들은 성공을 거두었다"보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로 바꾸면 성공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성공했을 때의 구체적인 반응 '환호성', '서로를 얼싸안았다'라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면서 독자들도 더욱 살아있는 성공을 느낄 수 있다.
⓷'추상적인 개념' 대신 '그 개념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사물/장소' 비유
어떤 추상적인 개념('사랑', '고향', '희망' 등)을 직접적으로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그 개념을 가장 잘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에 빗대어 표현한다. 은유나 직유를 활용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나의 고향은 따뜻하다"는 표현보다 "나의 고향은 굴뚝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시골집 같다"처럼 고향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고향을 상징하는 '굴뚝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시골집'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랑은 변한다"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 "사랑은 모래성처럼 부서졌다"라는 문장처럼 사랑 대신, 변하고 깨지기 쉬운 '모래성'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면 사랑이 변한다는 느낌을 더 강렬하게 전해준다. "희망이 사라졌다"보다 "희망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스르륵 녹아내렸다처럼 희망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꺼져가는 촛불'과 '스르륵 녹아내리는' 구체적 변화로 표현하면 생동감은 폐부를 찌른다. "아름다운 경치였다"보다 "푸른 하늘 아래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로 하면 문장이 살아서 꿈틀거림을 느낀다. 추상명사 '경치' 대신 구체적인 형용사와 보통명사의 조합, '푸른 하늘'과 '황금빛 들판'이라는 말처럼 구체적인 시각 명사를 사용하면 문장의 생동감이 훨씬 강렬하게 느껴진다.
④추상적인 모습 대신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체적인 명사들을 사용해서 문장을 풍부하게 만든다. “좋은 소리가 들렸다”는 문장보다 "종달새의 맑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라는 문장을 쓰면 '소리' 대신 '종달새', '노랫소리'라는 구체적인 청각 명사가 종달새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들려준다. "긴장감이 흘렀다"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정적만이 흐르고, 시계 초침 소리만 째깍였다"라는 문장처럼 긴장감 대신, 긴장된 분위기에서 더 크게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추상성이 구체성으로 바뀌면서 그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안으로 들어온다. 어떤 상황이나 관계의 '진실', '불신', '오해' 같은 추상적인 상태를 직접 말하는 대신, 그 상태를 드러내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나 발생하는 소리를 오감으로 보여준다. "불신이 싹텄다"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콧방귀를 뀌며 "글쎄다"라고 말했다"는 표현처럼 불신이라는 추상명사 대신, 불신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 '콧방귀를 뀌며'와 대화 내용 '"글쎄다"'를 보여주면 추상적인 불신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글을 쓸 때 '이 문장에 혹시 딱딱한 추상명사가 너무 많나?' 하고 한번 점검해 보고, 그걸 어떻게 하면 구체적인 감각, 행동, 이미지로 바꿔서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고 문장에 반영하는 연습을 반복할수록 생동감이 팡팡 터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방법들을 활용하면 글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독자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살아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독자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을 그려주는 마법 같은 문장 쓰기 비법이 아닐 수 없다.
문장의 온도를 뜨겁게 달구는 동사 사용 설명서:
글쓰기 엔진에 불을 붙이는 5가지 동사 사용법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은 동사를 사랑한다”(99쪽). 조모란의 《단어 옆에 서기》에 나오는 말이다. 동사(動詞)가 동사(凍死)당하는 문장도 역시 살아 숨 쉬지 못하고 독자들에게 외면당한다. 동사만 잘 활용해도 문장을 뜨겁게 달구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다. 이건 진짜 글쓰기의 터보 엔진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동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장이 얌전해지기도 하고, 갑자기 막 불타오르기도 하거든! 힘 있는 동사 하나가 문장 전체의 분위기를 확 바꿔버릴 수 있다.
①격렬하고 즉각적인 '행동 동사'를 사용하라
어떤 상태나 느린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 대신, 갑자기 일어나거나 강렬한 동작을 보여주는 동사를 사용한다. "그는 화가 났다"는 문장보다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처럼 '폭발하다'는 순간적이고 격렬한 행동 동사를 사용하면 화난 상태를 더욱 뜨겁고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녀는 뛰어갔다"는 일반적인 문장보다 "그녀는 냅다 달렸다!"처럼 '냅다 달리다'는 더 빠르고 다급한 행동 동사를 사용, ‘달리다’는 동사의 움직임을 더욱 역동적이고 살아 움직이게 표현할 수 있다.
②지각 동사를 행동 동사와 결합하라
단순히 '봤다', '들었다'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뭘 어떻게 보고 들었는지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시킨다. "그는 소리를 들었다"라는 단순한 동사보다 "그는 소리에 귀를 곤두세웠다!"처럼 '귀를 곤두세우다'는 듣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문장에 담아내면 역동적이고 격렬한 침묵의 소리를 낼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보다 "나는 그것을 노려보았다!"로만 바꿔도 ‘보다’라는 밋밋한 동사에서 '노려보다'라는 강렬한 동사로 바뀌면서 보는 행위에 강한 감정과 의지가 들어간 행동을 문장에 담아낼 수 있다.
③동사를 반복하거나 변형해서 리듬을 만들어라
같은 동사를 반복하거나, 비슷한 의미의 다른 동사로 바꿔가며 사용해서 문장에 역동적인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는 계속 나아갔다"는 밋밋한 느낌보다 "갔다. 또 갔다. 멈추지 않고 갔다"로 표현하면 '갔다'의 반복이 끊임없이 나아가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그녀는 웃고 말하고 움직였다"는 문장보다 "그녀는 웃었고, 떠들었고, 펄쩍였다!"처럼 비슷한 템포의 다양한 행동 동사들을 나열하기만 해도 문장의 온도는 급상승한다.
④추상적인 개념에도 '구체적인 동사'를 사용해라
감정이나 생각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동사를 사용해서 표현한다. 인격화, 의인화 기법과 연결될 수 있다. "그의 걱정이 커졌다"는 문장에는 걱정이라는 추상명사가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그를 집어삼켰다!"처럼 '집어삼키다'는 추상적인 걱정에 구체적이고 강렬한 행동을 부여하면 걱정이 뜨겁고 역동적인 격정으로 돌변하면서 문장의 온도가 뜨거워진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추상적인 느낌의 문장보다 "시간이 우리를 내팽개쳤다!"라고 문장을 쓰면 '내팽개치다'는 시간에 강한 의지를 부여하며 역동적인 느낌이 꿈틀거리 않는가.
⑤ 피동/수동 동사보다 능동 동사를 사용해라
주체가 직접 행동하는 '능동' 형태의 동사를 사용하면 문장이 훨씬 힘 있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어떤 힘에 의해 ~되었다' 같은 피동 표현은 문장을 수동적이고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 "창문이 바람에 의해 깨졌다"는 수동 표현은 "바람이 창문을 깼다!"처럼 바람이 직접 행동하는 주체가 되어 훨씬 강력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능동적인 문장으로 바꾸기만 해도 문장의 열기는 더욱 고조된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수동적인 피동적인 문장보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처럼 '깨닫다'는 주체의 적극적인 인지 행동을 강조하는 능동태 문장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런 방법들을 활용하면 글이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뜨거운 사건이 벌어지는 것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생생한 글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가장 강력하고 생생한 동사를 찾아보는 연습을 할수록 문장의 온도와 열기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빠지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