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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는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독서(讀書)에 대한 12가지 다른 독해(讀解)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는가?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독서(讀書)에 대한 12가지 다른 독해(讀解)


주말 신문을 보면 북섹션이 따로 있다.

신간을 소개하는 서평을 읽다가 꽂히면 

단골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주문을 합니다.


제목이 심상치 않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다른 저술일 때,

그리고 책을 사연과 배경이 색다르거나

지금 내가 고민하는 화두의 다른 관점을 선보이는 책은 

우선 주목해서 보고 대부분 구매합니다.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에 갑니다.

신간 코너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둘러보면서

어떤 책은 나를 강하게 유혹합니다.

제발 자신을 가까이 와서 보면서

읽어 봐 달라고.


우연히 책과 눈이 맞으면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책과 숙명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우연한 만남이라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책과는 우연히 만나야 합니다“(70-71쪽).

우찌다 다쓰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 나오는 글입니다.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라는 시가 있습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나는 사랑의 물리학을 

〈독서의 물리학〉으로 바꿔서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가치는 두께와 비례하지 않는다

책상 위에 쌓여있는 그 작은 책 한 권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빛바랜 사각형 종이 책이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우연히 읽은 한 문장이

심장을 뒤흔들며 나가지를 않는다.



공고를 졸업하고 바닥을 모르는 방황을 하다

술기운에 우연이 잡은 고시 체험생 수기집에서

불온한 꿈을 품고 공부를 시작했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경이로운 체험을 몸소 느꼈던 그 사람은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고시 관련 책을 

달밤에 불사르는 거사를 단행합니다.


그 날 그 후로 책 읽는 재미에 빠진 그 사람,

새벽을 깨우는 독서로 그렇게 책의 바다에 빠져 지낸 한 사람이

오늘 여러분에게 독서의 의미를 재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입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독서(讀書)에 대한 12가지 다른 독해(讀解)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독서는 새로운 관문으로 인도하는 질문입니다

독서는 답을 찾기 위해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질문이 바뀌어야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관문도 바뀝니다.

독서를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마중물 같은 질문을 던져 파문을 일으킵니다.

독서가 주는 선물은 어제와 다른 호기심의 물음표입니다.


독서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입니다

독서는 방황하는 사람에게 이정표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곧 내가 찾는 좌표가 아님을 다시 알려줍니다.

잃은 길 위에서 다시 길을 찾아 나섭니다.

독서는 언제나 미궁 속에서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부단한 미로 찾기입니다.


독서는 운명을 바꾸는 만남입니다

독서는 수많은 저자와의 만남이자 다른 분야와의 우발적 접촉입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격정적인 만남입니다.

그 만남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한평생을 좌우합니다.



독서는 메시지로 어루만져 주는 애무입니다

독서는 저자가 품은 그리움의 숨결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독자와 혼연일체가 되는 한바탕의 뜨거운 격정입니다. 

향기로운 그 몸짓과 함께 한 줄씩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 속으로 젖어들고 그는 내 속으로 들어와 요동칩니다.


독서는 기존 앎을 뒤흔드는 상처입니다

독서는 기존 앎에 생채기를 만드는 즐거운 고통입니다.

당연한 세계가 당연하지 않고, 

물론 그런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독서로 생긴 앎의 상처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합니다.



독서는 나를 뒤흔들어 깨우는 각성입니다

독서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를 멈춰 서게 만드는 정지신호입니다.

독서는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이미 가본 세계에 대한 다른 시각을 알려주는 깨우침입니다.

독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에 비추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경고등입니다.


독서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입니다

독서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오이가 피클로 바뀌는 변화 이전과 이후의 차이,

그 차이가 일으키는 생각의 차이가 곧 내 삶의 차이입니다.

진저리를 동반하는 독서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위험한 탈바꿈입니다.



독서는 생각 근육을 단련시키는 강화제입니다

근육이 있어야 근력으로 힘든 일을 버텨낼 수 있듯

생각 근육이 있어야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집요함이 생깁니다.

깊이 생각하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내공은 독서가 만들어주는 선물입니다.


독서는 진통 속에서도 전통을 만들어가는 버팀목입니다

독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잉태하고,

밑바닥에서도 정상을 꿈꾸게 만들며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혜안을 제공해줍니다.

독서는 ‘좌절’ 속에서도 가슴 뛰는 ‘꿈’을,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과 ‘의지’를 찾게 해주는 내 삶의 ‘버팀목’입니다.

     

독서는 격랑의 파도로 뛰어드는 탈주입니다

독서는 틀 안에 안주하는 나를 낯선 세계에 노출시키는 드러내기이며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입니다.

평탄한 삶이 아니라 고난이 뒤따르는 삶이라 고 할지라도 

안주하지 않고 격랑의 파도로 뛰어들게 만드는 힘, 

독서가 지니고 있는 위험한 힘입니다.

     


독서는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결단입니다

독서는 습관적으로 생각하던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입니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자만과 오만, 교만과 태만으로 변해가는 

자신과의 결별선언입니다.

그래서 독서는 머리로 읽는 사고행위가 아니라

몸으로 읽고 결연한 각오로 실천에 옮기는 결단입니다.


독서는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혁명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어버렸고 읽고 말았습니다.

읽어버린 책대로 생각하고 읽고 말아 버린 책대로 혁명을 꿈꿉니다.

읽어버린 책대로 글을 쓰고 쓴 글대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나갑니다.

책 읽기는 이제 책장을 넘어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혁명으로 돌변합니다.



독서는 멀쩡한 자아를 분열시키고

믿었던 신념체계를 뒤흔드는 자기 파괴의 과정으로 인도합니다.


독서는 오만과 자만에 빠진 나를 심하게 질책하는 죽비이자

익숙한 세계에 안주하려는 게으른 나를 뒤흔들어 깨우는

정신적 각성제입니다.


천천히 온몸으로 읽는 탐독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읽기 혁명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에 함께 동참하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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