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다 위의 문장

창밖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비바람의 무대

파도는 유리창을 두드리며

제 이름을 불러달라 아우성치고

세상은 온통 잿빛 포말 속에 방향을 잃었으나

이곳, 작은 원형의 탁자 위엔

적막의 섬 하나 떠 있다.


손끝에 닿은 『전달자』의 낱장마다

폭풍을 뚫고 온 누군가의

베일에 쌓인 사유의 위력이

베일에 가려진 채 전언으로 새겨져 있다.


한 문장을 읽고 눈을 감으면

흔들리는 배의 진동은

눈시리게 적막으로 다가오지만

‘그럼에도(島)’ 섬에서는 의미의 바다가 되어

고단한 싸움을 거듭하며 심장 박동으로 울려퍼진다.


밖의 소란한 아우성과 하소연은

허리꺾인 들국화에게도 전해져

안의 고요를 우울한 그늘로 다스리며

깊게 파고드는 뿌리가 된다.


거친 파랑(波浪)이 전해주고 싶은

철렁한 메시지를 귀담아 들어보니

누군가의 기슭에 닿고 싶은

간절한 마음 한 구절

숨죽인 채 행간에 숨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배는 침묵의 물결을 가르고,

생각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가르며

비바람 치는 바다와 출렁이는 한가운데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전달은 지나온 삶으로

지나가는 삶을 붙잡는 일이라고.


삶의 허기진 궁핍함을 번역할

언어 찾아 망망대해 도서관을 찾아헤매지만

첨언할 각주에 담을 메시지 조차 떠오르지 않자

원인을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촉수가

온몸을 따라흐르다 한 문장으로 전달된다.


단순한 한 줄에 담을 수 없는 삶의 의미

오히려 행간과 행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의 유령처럼 떠돌며

격랑의 파고가 밀려 와도

휘몰아치는 선창가의 비바람만 바라보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가오는 먼동의 불빛,

그게 바로 전달자의 소명이자 사명이다


가장 깊은 전달의 울림은

가장 위태로운 항해 중에 태어난다는 것을.

묵상과 고뇌 끝에 닿은 마지막 페이지 위로

폭풍우도 차마 흩뜨리지 못한

고결하고 간결한 문장의 전율이

등대처럼 어둠의 길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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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28.일 Costa Smeralda 크루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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