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화선지와 혼(魂)의 전쟁터: 바티칸의 하늘 아래서

돌과 화선지와 혼(魂)의 전쟁터: 바티칸의 하늘 아래서 만난 세 명의 별


바티칸의 3대 거장1.jpg


거친 돌을 깎아 세월의 흔적을 축적한

바티칸의 계단 위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거대한 세 개의 별이

어둠을 뚫고 밤하늘을 비춘다.


신이 빚은 육체를 돌 속에서 꺼내려던 자와

신의 섭리를 완벽한 균형으로 그려내려던 자,

그리고 우주의 비밀을 현실 너머의 세계로

캔버스에 담아내려던 자.


느닷없이 다가오는 저마다의 끈질긴 내력들

벼랑 끝의 절박함에서도 낭떠러지기를 굽어보려는 몸부림

밤잠을 설치면서도 언제 급습할지 모르는 영감의 야속함

새벽안개 걷히기 전에도 저릿저릿하게 영감을 자극하며

사투를 벌이며 삶을 전쟁처럼 살다간

세명의 별이 쓰는 작품을 만난다.


미켈란젤로, 한 많은 사무침을 번역,

신의 언어로 바꾸는 조각가여

무의미의 텃밭에서도 의미를 채굴하려는 불길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암담한 그리움의 막막함

고뇌의 빗장을 열어도 나오지 않는 한 휙의 비장함

먼산을 바라보며 지난한 앞 길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다


하늘을 향해 그리움을 그려도

떨어지는 물감은 좌절의 눈물로 흘렀지만



휘어진 등을 부여잡고

거대한 돔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으니

그대의 전쟁은 바깥의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한계와와 사투(死鬪)를 벌이는

자기와의 양보없는 혈전(血戰)이었으리라.


라파엘로, 대중속으로 파고든 우아한 천재여

그대의 붓끝에서 피어난 ‘아테네의 학당’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피어난 평화였으나

너무 일찍 저버린 그대의 젊음은

완벽을 질투한 신의 시샘이었던가,

아니면 스스로를 태워버린 열망이었던가.


한 편의 작품이 시한폭탄처럼 영감으로 다가와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타들어가는 열정으로 광장의 야성을 평정하고 싶을 때

불시에 찾아든 짧은 생의 찬란한 빛은

사랑만이 예술의 마지막 해답임을 증명하였네.


다 빈치, 시대를 앞서간 현자여

로마의 혼란한 일상과 소란스러움 뒤편에서

미완의 스케치북에 우주를 담고 세계를 그려냈지.


절망의 뒤안길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려도

우연히 급습하는 영감의 꼬리를 붙잡고

무수한 그리움과 회한의 강이 흐르는

현실 너머의 보이지 않는 섭리를 쫓던 눈빛은

화려한 색채의 전쟁터에서도

홀로 깊고 고요한 강물처럼 흘렀네.


기약이 없는 이별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가망이 없는 미래가 무겁게 앞을 가려도

멈춤은 미덕이 되지 않음을 믿으려는 발버둥,

결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질문으로

매일 고독의 임계점을 넘어서려는

세 개의 거대한 별.


지금 여기서도 로마의 하늘을 가르고

피렌체의 붉은 지붕 위로 비상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고 영혼의 비는 오늘도 내린다.


눈여겨보지 않는 비루한 인생의 뒷골목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비틀거리는 중얼거림으로

문명의 새벽을 깨우기 위해

스스로 장작이 되어 타올랐던 그대들이 노래가 들린다.



미켈란젤로, 돌을 깨물어 삼킨 고독한 짐승이여.

그대가 깎아낸 것은 차가운 대리석이 아니라

육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네 영혼의 비명.

못난 얼굴 가죽 속에 숨겨둔

그대의 슬픈 사랑을 기억한다.


올려놓은 부담의 무게에 눈금이 흔들리는 저울의 운명

서릿발에 박혀 버려 동사한 천지창조의 시작

숱한 넘어짐과 자빠짐으로 생긴 만남의 얼룩으로

절망의 언어를 번역해 고개가 꺾여도 멈추지 않는다.


라파엘로, 신의 질투를 산 아름다운 청년이여.

성 베드로 광장 위로 눈보라 몰아치다

외로움의 평행선과 맞닿는 순간

저 멀리서 불현 듯 엄습하는 외로움 벗삼아

휘파람 불며 노곤함을 달랠 때

당신은 오늘도 한 편의 영감을 조각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순간의 연금술사다.


처절하게 피워낸 문명의 꽃.

고뇌는 주름이 되어 얼굴에 부서지고,

열정은 태양이 되어 닳아 없어지며

오늘도 우리는 그 잔향속에서

끝내 사라질지라도 불멸을 꿈꾸며

그 뜨거운 심장 소리를 오늘로 복귀시켜

귀담아 들어본다.


다 빈치, 그대는 안개 속을 걷는 순례자.

보이는 것 너머의 숨결을 잡으려

방안에 갇힌 붉게 멍든 상상력을 붙잡고

물음표의 곡선을 심장에 묻어두며

완성되지 못한 캔버스의 흔적을 따라

언 가슴으로 새기는 믿음의 등불을 따라간다.


언제나 미완성으로 남아 아쉬움을 달래보지만

인간의 손으로 신의 섭리를 쫓던 긴 기도와

신을 향한 밤하늘의 어둠의 그림자 덕분에

단념했던 그리움이 사랑의 씨앗으로 자라

게으른 흔적도 미지의 가능성을 품고 축적된다.


미켈란젤로, 고독한 대리석의 아들이여.

시름으로 뒤척이는 서글픈 천장밑 비계위

홀로 척추를 꺾는 고통으로 탄생하는 작품.

그대는 붓을 든 것조차 치욕이라 여기며

굳은살 박힌 두 손 모아 기도하지만

인간의 육체 속에 신을 가두려 했던

몸부림은 처절하기만 하다


라파엘로, 우아한 조화의 연금술사여.

서러움보다 먼저 다가와 되감기는 새벽안개 벗삼아

늙은 사자의 포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다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빨리 끊어져버린 삶

빈 잔에 갇힌 사연을 달빛에 녹여

세상의 모든 부러움을 캔버스에 담았네.


외롭게 자기 삶과 싸우며 서로를 질투했으나

끝내 서로를 바라보고 관통하던 범상치 않은 시선,

그 짧았던 생(生)이 남긴 것은

완벽을 향한 찬란한 갈망이며 .

실패담에 짓눌려도 담을 넘어서려는 야망이다.


다빈치, 시대를 앞서간 미완의 현자여.

붓을 잡는 짧은 순간의 긴 기다림

그 순간에도 영원를 놓지 않고

현실을 꿰뚫어보려는 안간힘

완성을 거부하며 완벽함을 꿈꾸는

그대의 붓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나.


보이는 것 너머의 섭리를 꿰뚫어 보려던

차가운 눈빛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멈추지 않는 호기심은

이 화려한 벽화들 사이에서

묵직한 침묵으로 흐른다.


바람에 흔들려도 스스로 자기 몸을 가누며

버티는 갈대의 설움처럼

쌓인 눈 속의 고독으로 파고드는

햇빛의 야속함처럼

마침표를 찍고도 끝났음을 모르고

내일을 끌어당겨 오늘을 마감한다


바티칸의 3대 거장1.jpg


2026.1.30일 바티칸 박물관에서 나와

성 베드로 대성전(St. Peter's Basilica)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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