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얼룩진 몸이 그리움을 긁으며 낙엽에도 추억을 남기다
새날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땀으로 얼룩진 몸이 그리움을 긁으며 낙엽에도 추억을 남기다
한 단어가 뿜어내는 사연의 무게를 존중하고
천둥 같은 놀라움에 습관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며
눈보라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의 힘겨움에
눈감지 않고 따듯한 눈길을 보내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독자가
나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시선이 머문 글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온몸으로 던져 단어들을 조립 문장을 건축합니다
눈물이 새벽이슬로 사라질까 두려워하면서
그것이 떨어지며
생각을 앗아가서는 안 되겠기에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감각적 상상의 지도를 그리고
타성에 젖은 언어를 세탁,
‘일상의 인류학자’가 되어
흔히 만나는 사물과 현상에서도
놀라운 시적 순간을 포착하겠습니다
내 안에 들어오는
인연의 가닥을 소중히 여기고
흩어진 말들을 수집해
차가운 아픔으로 얼룩진 나날을 돌보고
노곤 한 몸 쉬게 만드는
화롯가에서 온기를 나누겠습니다
틈날 때마다 가방 한가득 어휘를 싣고
롤러코스터 타고 오르내리며
우리들의 외로움을 언어로 포착,
갖은 노력에도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간 절망을
언어로 얼룩진 행간에서 의미를 채굴하겠습니다
낙엽에 쌓인 그리움이 추위에 떨어도
추억으로 한동안 버티며
폭설에 새겨진 발자국이 세찬 바람에 지워져도
새벽 찬이슬 맞으며 땅바닥에 엎드려
그 자리를 지키며 족적을 남기겠습니다
산전수전 겪으며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을 위해
누가 입을지 모를 생각의 옷을 준비하고
언어들이 동맥을 타고 흐를 때,
서글픈 소식들이 갖가지 사연으로 매달려 있는
빨랫줄의 외로운 사연을 눈물에 담아보겠습니다
새벽이 찬이슬 앞에 머뭇거리다
먼동이 터옴을 시로 번역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
쟁반에 맴돌던 달밤의 낭만이
소나무 가지가 속삭이는 연서와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싹을 틔우는 순간을
쓰다 남은 메모장에 적어보겠습니다
매일 버텨내는 생의 모든 순간이
그림리움 한 조각에 불과하고,
찢어진 노트에 담긴
서글픔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지만
펼치면 한눈팔며 딴짓하다 바라본
구름 한 점에 가려진
흐릿한 소식을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곳곳에서 잠자는 비애 한 권의 서글픔이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어도
처절함과 처연함 사이에서 처참함으로 흐르지 않고
어딘지 모르는 중간 간이역에서 멈춰 서려는
우리들의 발버둥과 저마다의 사연마다 맺힌
사유의 주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먹구름을 걷어내도 여전히 미궁에 빠진 삶이지만
그렇다고 절망의 언덕에서 추락하지 않고
가랑비가 오락가락 내려도
그 비 끝에는 날씨도 잠시 자신을 잊어버리는
희망의 광채에 온몸을 떠는 전율을 존중하겠습니다
내가 선택한 삶보다
삶이 나를 선택한 게 많았던 생이지만
지금부터는 내 숨결을 채집해
세상 살아가는 지혜의 연료나 원료로 쓰면서
서리 맺혀 추위에 떠는
풀잎에 담긴 자연의 섭리도
경건한 마음으로 배우겠습니다
낯선 생각을 잉태한 글자들이
날 선 물음표를 품고
세상으로 나갈 출산일만 손꼽아 기다릴 때
기다림에 지친 글자들이
며칠째 밤샘 시위로 피곤함에 젖어있어도
새로운 지식을 잉태하며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겠습니다
우여곡절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문자지만
폭풍우나 비바람, 먹구름 속에 숨어있는
태양에게 물어봐야 흐릿한 글씨가 품은
겨우 속뜻을 알아낼 수 있을지라도
회색빛 악보로 채워진
한 권의 책을 애쓰며 써보겠습니다
밤새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페이지마다 여운이 감도는
미완성의 습작이지만
삶을 불멸화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이 그리다 만 풍경으로
발길이 닿은 곳에서 오늘을 붙잡고
안간힘을 써 보겠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다 읽을 수 없는
두근거리는 무한이 행간에 숨죽이고
오늘 밤도 방황하는 의미의 방랑객은
새벽이슬에 젖어 찬란한 영롱함으로
날이 밝아옴을 초조하지만
기쁘게 받아들이며 살겠습니다
밝게 타오르는 열기 덕분에
앞으로 살아갈 삶을 기다리며
조용히 관문을 열어젖혀
창밖을 관조하는 방관자에서
밖으로 몸을 던져 움직인 만큼
땀으로 얼룩진 몸이 그리움을 긁으며
낙엽에도 추억을 남기겠습니다
어둠 속을 헤매다 붙잡은 물줄기가
줄기차게 흐르는 순간,
안타까운 소식 듣고
한 편의 시를 쓰는 시인이고 싶고,
녹슨 기찻길 위로 몰아치던 눈보라가
외로움의 평행선과 맞닿는 순간,
저 멀리서 아지랑이가 휘파람 불며 노곤함 달랠 때,
오늘도 한 뼘 자란 생각으로
내일의 찬가로 그리움을 긁는 소설가로 살고 싶습니다
앞날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미래(未來)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능성이
골목을 돌아 나올 때마다
반가운 미소로 반기는
아름다운 미래(美來)로 다가올 것임을 믿고
사소하고 하찮은 일상에서도
비상하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오늘보다 나은
우리들의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
고독한 사색여행가로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