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10대 뉴스
한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결론이다. 신영복 교수님에게 배우는 소중한 깨달음이다. 올 한 해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내 생각의 역사를 반추해보고 성찰해볼 수 있다. 삶은 내가 의도적으로 일으킨 사건과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당한 사고의 합작품이다. 사건 속에는 사연이 숨어 있고, 사고(事故)를 달하면 사고(思考)가 바뀌는 전환점을 마련한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지만 나에게 다사다난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한 인간관계의 아픔을 지칭하는 다사다난(多詐多難)이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다사다난(多思多難)이었다. 정신적 사기(詐欺)를 당했지만 사기(士氣) 진작을 위해 다른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온 삶, 살아가는 삶, 살아갈 삶은 배움의 터전이자 무대였다. 결국 살아가는 삶이 사람을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한 해였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판단 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배움을 얻었으며,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가장 소중한 삶을 바꾸는 각성 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①체인지(體仁智)》의 지혜로 세상을 체인지(change)하라
폴 뉴먼의 기부재단(http://newmansownfoundation.org)을 보고 감동받았다. 한 사람의 전문성은 사회적 합작품이며 모든 성취는 덕분에 이루어진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내가 대학교수이자 작가이자 명사로 대접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더 덕분에 이루어진 사회적 합작품이다. 뜻이 맞는 동생들과 함께 영맨스 체인지(Young Man's 體仁智)를 본격 출범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창대한 끝을 위해 올해 걸음마를 시작했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음식에 대입, 아침 식사 대용으로 개발한 '파이브 밸런스
(https://smartstore.naver.com/shopinghero/products/3917227324)는 제조사와 유통사 마진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대학생 장학 기금 조성과 사회 공헌 사업을 위해 사용된다http://news.mt.co.kr/mtview.php?no=2018112112162926393). 올 연말에는 영맨스 체인지의 수익금을 5,000만 원 상당의 물품으로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하는 뜻깊은 행사도 가졌다(https://news.v.daum.net/v/20181219170410720). 영맨스 체인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지혜, 《체인지(體仁智)》 책 개정판을 내면서 추구하는 철학과 정신을 정리할 수 있었다.
②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는가?
그동안 책을 통해 깨달은 진솔한 체험, 단순히 책 읽는 기법을 넘어서 독서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운명적인 만남이자 혁명적인 출발을 마련하는 계기에 대해 쓰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읽어버린 것이고 읽고 말았던 독서 경험을 묶어서 82번째 저서 《독서의 발견》을 출간한 경험은 역시 책 쓰기는 그 자체가 엄청난 공부라는 걸 몸으로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책(責) 잡히기 전에 책(冊)을 읽자. 읽지 않으면 읽히고 읽으면 세상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주장, 책과 눈이 맞으면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에로틱하게 진술해보았다.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오고 있지만 기술혁명을 일으킬 사고 혁명의 근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사고 혁명을 일으킬 독서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나와 다른 사유의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는 수많은 책과 빈번한 접촉이 필요하다.
③생태계의 동태를 파악하는 지식생태학을 공부하라
2016년도 출간했던 《지식생태학》을 제자들과 오랫동안 논의 끝에 개정증보판을 냈다. 제자들과 개정판을 내는 시간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식창조 및 공유과정을 생태계에서 배우는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고 지식생태학을 학문적 정초로 만들었던 배움의 연속이었다. 언어를 매개로 하나의 학문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부여된 의미를 공유하는 학문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이야말로 함께 공부하며 배우는 가장 소중한 미덕이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지만 유영만의 지식생태학은 혼자 만들어가는 학문적 노력이 아니라 인식과 관심을 같이 하는 사제지간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④특별한 효과가 없는 강의, 제1회 수도전 특강에서 썰렁함을 맛보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과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한양대학교와 서울대학교가 함께 만든 수도전에 모교를 대표하여 특강을 했지만 생각보다 청중이 별로 없었던 자리, 준비해 간 파워 포인트 자료도 노트북 연결과 현장의 장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임시변통으로 발표했던 시간에서 나는 색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강사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각본을 즉석에서 수정하게 만들어서 대응해야 된다는 임기응변력을 지녀야 함을. 모든 강연은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구성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진짜 고수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틀밖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무림지존이다.
⑤지역별 청중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었던 4차 산업혁명과 교육 로드쇼 전국 순회강연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변화의 물결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기술과 인문이 융합하는 순회강연쇼, 상반기는 지자체, 하반기는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순회강연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공부의 패러다임을 바꿔라’로 강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소중한 기회였다. 인공지능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 예를 들면 호기심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능력, 감수성으로 타자의 아픔을 포착해서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상상력으로 타자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능력, 아이디어를 불굴의 의지로 실험을 반복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실천적 지혜를 발굴하고 개발하며 육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국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여주는 청중들 덕분에 지역적 대응전략을 생각해보았던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려주어서 신나게 강연할 수 있었다.
⑥어쩌다 어른이 되어 tvN 〈어쩌다 어른〉 148회 출연, ‘잠든 지식을 깨우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는지 어쩌다 어른 강연 프로그램에 ‘잠든 지식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내가 삶에서 겪은 사건과 사고 체험에서 깨달은 지혜를 지식과 비교하면서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시대, 지능을 넘어 지성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건너가는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하면서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라〉는 주장을 펼쳤던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10대 사건과 사고를 정리하면서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 10가지를 근간으로 강연을 했지만 실제 편집 과정에서 콘텍스트가 사라지고 텍스트 메시지만 전달되는 아픔은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 출연한 방송 덕분에 ‘유영만 나이’가 연관검색어로 오랫동안 검색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 유영만을 검색해도 나이가 검색되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ㅎ
⑦논문은 난해하게, 책은 쉽게 써라? 올해 학술논문 5편 게재
학자는 글발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80여 권의 저역서와 다수의 방송 출연으로 이름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시기와 질투의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학교수가 본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대중 서적을 기술하는 노력 못지않게 많은 논문을 제자들과 함께 같이 써나가려고 한다. 사회역학과 행동경제학에 비추어 교육공학을 들여다보는 융합적 노력을 전개하면서 학술발표도 해보고 그 결과를 오랜 기간 수정하면서 논문으로도 게재하는 값진 노력을 역시 제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나는 평소에 제자들에게 이빨은 썩지만 글발은 썩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학자는 학문적 탐구결과를 논문으로 녹여내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거기서부터 학자의 생명도 끝난다. 올 한 해 멋진 제자들 덕분에 함께 논문도 5편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한 해였다. 논문은 난해하게, 책은 쉽게 쓰자는 철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⑧마음을 훔치는 글쓰기의 표본, 브런치 작가 데뷔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써왔지만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올 8월이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브런치 작가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독자들과의 교감과 공감은 다른 SNS와는 또 다르다. 체험적 깨달음을 특유의 언어적 감각으로 녹여내는 글은 여지없이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한 해 동안 만났던 인간관계를 통해서 깨달은 이야기를 글로 쓴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일주일 만에 조회수 5만을 넘겼고 공유 수도 7천을 넘었다. 페이스북에 링크해서 올렸더니 역시 공유수 500을 넘긴 가장 인기 있는 글이 되었다. 가벼운 신변잡기보다 일상에서 깨달은 비상하는 상상력으로 건져 올린 묵직하지만 깊은 사유를 촉발하는 글쓰기는 브런치가 안성맞춤이다. 그동안 쓴 글을 잘 엮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 브런치 글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한 줄로 뽑아 제목을 만들어내는 노력도 더없이 중요함을 알게 해 주었다.
⑨착 달라붙는 스티커(sticker)보다 강력한 스토커(stalker)들의 반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인연은 모두 소중하다. 대면적 접촉을 통해서 만나든 강의나 책을 통해서 만나든 모든 만남은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우연히 집어든 책과의 만남, 스쳐지나가듯 우발적 마주침으로 인연이 생긴 사람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직업상 책을 많이 쓰고 그 책으로 대중강연을 하면서 열광하는 팬도 많이 생겼고 무조건 따르는 팬덤도 생겼다.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집착이 시작되면서 심각한 스토킹으로 일상적 생활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라 합리적인 설득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무수히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는 전화번호를 차단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끈질기게 괴롭히는 이들의 일관된 노력은 정말 강력 접착제보다 더 강력하다. 스토커 문제를 한 때는 법정에도 갔지만 오고가는 시간은 물론 그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는 시간적 손실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⑩《브리꼴레르》와 《공부는 망치다》 필사단 해산
《브리꼴레르》 책과 《공부는 망치다》 책을 필사하면 앞으로 쓰는 책을 공짜로 보내주겠다는 파격적인 유혹으로 시작된 필사단 모임은 해가 갈수록 끈끈한 연대로 즐거운 공동체였다. 물론 책에 욕심을 보여준 사람도 있고 책이 좋아서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보내줘도 읽지 않을수도 있다는 느낌 때문에 책을 보내준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의심하게 되었고, 수시로 바뀌는 주소를 파악하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더욱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일은 필사단원 내부에서 작고 소소한 문제부터 금융사건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터지면서 유영만 교수가 이끌어가는 필사단 모임의 존재여부를 결단해야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중한 인연이었지만 또 헤어지면서 또 다시 이어지는 인연의 연대를 생각하면서 올 송년회를 끝으로 필사단 모임을 해산한 일은 가장 마음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서 만난 인두 같은 한 문장의 위력과 불현 듯 지나가는 대화 속의 번뜩이는 스파크는 올해의 내가 만들어지는 배움의 원천이었다. 가장 통렬한 아픔도 가장 즐거운 기쁨도 사람에게서 온다는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내가 받은 즐거움과 아픔, 나도 모르게 내가 상대에게 준 즐거움과 아픔도 있으리라. 혹시나 나로 인해 받은 아픈 상처가 생겼거나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과를 드린다. 사람에게서 받은 무늬와 얼룩의 합작품으로 올 한 해 많이 배우고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더 멋진 한 해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