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빗나간 자리에서
돌을 줍던 아이가 갑자기 멈춰 섰다. 손바닥만 한 밤톨을 발견하고는 “엄마, 이거 봐.” 하고 소리쳤다. 아이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돌을 고를 때의 고요한 집중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찾았다’는 기쁨이 먼저 튀어나온 얼굴이었다.
아이는 밤톨을 까보겠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껍질을 만지고, 갈라진 틈을 찾고, 발로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다. 껍질이 벌어지는 순간, 아이가 기대하던 것은 분명 반짝이는 밤이었다. 그런데 안쪽에서 나온 것은 밤이 아니라 작은 벌레였다.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우와, 벌레다.”
신기해하는 목소리였다. 잠시 후, 말이 이어졌다.
“근데… 밤은 없네.”
실망이 아주 조금 섞인 말이었다.
나는 그 짧은 표정 변화를 보며 잠깐 멈칫했다. 기쁨이 있었고, 발견이 있었고, 뜻밖의 결과가 있었다. 아이는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받아들이려는 얼굴이었다. 완전히 웃지도, 완전히 울지도 않은 채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그 장면 앞에서 나는 나의 태도를 보았다. 기대가 어긋날 때, 나는 얼마나 빨리 이유를 붙이고 다음으로 넘어가려 했는지. 아이는 설명을 찾지 않고, 그 안을 그대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밤톨 안을 바라보는 그 침묵이, 나에게는 오래 남았다.
기대가 빗나간 자리에서 아이는 또 하나의 세계를 조용히 배워간다. 나는 아이에게 서둘러 결론을 주지 않으려 한다. 벌레를 본 그 눈빛이 사라지기 전에, 그 감정을 그대로 두고 싶다. 오늘의 산책은 ‘밤을 찾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만지는 일’이 되었다.
기대가 빗나가도, 배움은 그 자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