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돌을 분류하는 시간

탁자 위에 생긴 무지개

by 에디터 K

산책에서 돌아오자 아이가 주워 온 돌들을 탁자 위에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냥 쌓아두는 줄 알았는데, 돌은 한 번도 ‘그냥’ 놓이지 않았다. 아이는 색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 기준을 꺼냈다. 빨주노초파남보. 탁자 위에 돌들이 그 순서대로 놓이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탁자 위에 작은 무지개가 생겼다.


그다음은 모양이었다. 아이는 잠깐 멈추더니 돌을 다시 움직였다. 뾰족한 돌은 한쪽으로, 동그란 돌은 다른 쪽으로 모았다. 어떤 돌은 색으로는 이쪽인데, 모양으로는 저쪽인 것 같아 한동안 손에 쥔 채로 고민했다. 작은 손이 탁자 위를 오갔다. 돌들은 자꾸 자리를 바꾸었고, 그때마다 배열은 조금씩 더 ‘설명 가능한’ 모습이 되어갔다. 나는 짧은 시간에 아이가 언제 그렇게 보고, 고르고, 기억했는지 놀랐다.


아이는 아빠와 엄마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기준을 하나씩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건 빨간 쪽.” “이건 노란 쪽.”
“이건 뾰족해서 여기, 이건 동그라서 여기.”
말은 길지 않은데, 기준은 또렷했다. 그 목소리에는 ‘맞았냐 틀렸냐’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봤다’가 담겨 있었다. 설명은 요구가 아니라 공유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보며 내 하루가 잠깐 따라왔다. 늘 같은 시간에 움직이고, 같은 길을 지나고, 같은 단어로 일을 정리하는 시간들이다. 빠르게 판단하고 분류하는 쪽에 익숙해질수록, 새로 정리하는 언어는 줄어든다. 아이가 탁자 위에 놓은 빨주노초파남보는 내가 한동안 쓰지 않았던, 놓친 언어처럼 보였다.


탁자 위의 돌들은 금방 다시 바닥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일이 되면 순서도 흐트러질 것이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만큼은, 돌이 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잠깐 드러난 것 같았다. 빨주노초파남보로 먼저 세워 보고, 다시 모양으로 나누어 보고,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돌은 손안에 잠시 머물게 하는 방식. 나는 그 과정이 소중했다.


빨주노초파남보는 아이가 세상을 정리하는 언어였다.


한 줄 노트

아이는 돌을 쌓지 않고, 기준을 놓고 있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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