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을 하다 내가 건너야 하는 저 앞의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다.
에잇 한참 기다리겠네, 생각하는 순간
같이 걷고 있던 초등학생 아이가 쏜살같이 뛰어간다.
그 아이에게서 과거의 내가 겹쳐 보였다.
아아.. 나도 그랬더랬지..
그때는 오히려 뛰지 않는 엄마 아빠를 보며,
'왜 안 뛰지? 지금 20초만 뛰면 n분이 이득인데..'
라고 생각하며 우뚝 멈춰 있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더랬지..
나도 어른이 된 걸까.. 하는 순간
또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내 친구 야채.
야채는 진짜 웃기는 녀석이다.
녀석은 종종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는데,
그 모든 행보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효율'
아니, 정정하겠다.
'극한의 효율'
야채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그 모든 길을 뛰어간다.
러닝복을 입은 것도 아니고,
뭐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뛴다.
야채는 뛴다.
도보 약 15분 정도의 거리를 쉬지 않고 뛴다.
왜 그렇게 뛰느냐고 물어보면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래야 빨리 도착하니깐"
나도 알아. 뛰면 빨리 도착하는 거.
하지만 힘들잖아.
땀나잖아.
그녀는 갸우뚱하며 대답한다.
"어차피 집 도착하면 샤워하잖아!"
이쯤에서 한 가지 생각이 들 수 있다.
엄청난 헬스걸인 거 아냐?
체력이 워낙 좋은 앤 거 아냐?
하지만 주변인으로서 장담한다.
그녀의 체력은 대단히 뛰어난 편도 아니고
그녀의 몸은 참으로 말랑하다.
그녀가 뛰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야...
그게 제일 효율적이니까.
초록불로 바뀐 횡단보도,
나는 안다.
여기서 뛰는 것이 가장 시간 대비 효율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비효율을 택하고,
우뚝 서있는다.
효율을 택한 자만이 그곳을 뛰고 있다.
내가 잃은 것은 동심이 아니었다.
효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