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보고 고기맛 난다고 좀 하지 마세요!!

"버섯 좀 먹어봐. 고기맛 나"


엄마가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이다.

어렸을 적, 저 말에 홀려 한입 베어 문 버섯은..

버섯이었다.

고기를 기대했던 내 혀는 배신감에 몸서리를 쳤다.

식감도, 맛도, 향도, 그 무엇 하나 고기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버섯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편식하는 순간마다 버섯에서 고기맛이 난다고 말했다.

아니, 어쩌면 엄마는 날 속일 생각이 없다.

그녀는 진정으로 버섯이 고기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또 속았고, 또 당했다.

그렇게 25년의 세월이 반복되었다.


어느 가을, 부석사에 갔다.

노랗게 타오르는 은행나무 사이로 길게 이어진 흙길,

그 길목에 송고버섯 가판대가 있었다.

"한번 드셔보세요! 송이버섯이랑 표고버섯을 섞은 겁니다! 저희가 특허 냈어요!!"

아저씨는 투박한 손으로 버섯 조각을 집어 건넸다.

아무것도 양념하지 않은, 생 버섯이었다.

나는 별 기대 없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


황홀경


진하고 깊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향.

이런 맛과 향이 세상에 존재했다니.

굽지도 않고 양념도 하지 않은,

그저 손으로 주욱 주욱 찢은 생버섯으로

극락에 다다를 수 있다니.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늘 버섯에게 고기를 강요했다.

버섯만의 매력을 찾을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버섯을 씹으며 안간힘을 다해 고기를 찾아보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는 꿀떡 삼키며 화만 냈다.

버섯을 버섯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송고버섯 덕분에 나는 비로소 버섯의 매력을 찾았다.


그날 이후로, 버섯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버섯을 먹을 때면 눈을 감고, 숨어있는 향을 찾는다.

송고버섯만큼 강한 향을 가진 버섯은 드물었지만,

괜찮았다.

버섯은 늘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만족시켰다.

버섯은, 버섯답게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였다.


이제 나는 집에서도 자주 버섯을 구워 먹는다.

버섯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버섯을 먹고 있던 어느 오후, 엄마가 다가왔다.

"너도 이제 버섯 좋아하는구나! 어때, 고기 같지?"


그 말을 듣자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래, 바로 저 말이었다.

저 말 때문에 나는 25년을 잃었다.


나는 단호히 경고했다.

"엄마, 버섯은 고기랑 전혀 달라.

버섯은 버섯 자체로 맛있는 거야.

얘는 고기 흉내를 내고 있지 않아.

버섯을 버섯으로 사랑해 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버섯에서 고기맛이 난다'는 말로

수많은 잠재적 버섯 애호가의 눈과 혀를 가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기억해라


버섯은 고기의 대체제가 아니다.

버섯은 제2의 고기가 아니다.

버섯은 버섯으로 완전하다.

버섯은, 버섯맛으로 맛있다.

버섯은.. 버섯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것 앞에

"제2의"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마라.

설사 당신이 진짜 그렇게 믿는다 해도,

상대가 그것만의 온전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keyword
월, 수, 목 연재
이전 08화어른이 되며 잃는 건 동심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