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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법

정채린 / 2021 모여봐요 독서의 숲 프로그램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세세하게 담아낸 책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김현수)을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있냐고 묻는 어른은 왜 없느냐?”라는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주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무척 혼란스러웠지만 두 아이의 엄마와 초등학교의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마치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내가 아이들에게 마음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를 생각하고는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듯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에게 ‘코로나 걸리면 큰 일 나니까 손 잘 씻어’, ‘사람 많은 데 가지 마’, ‘마스크 잘 써’라고만 말했지, 정작 아이들이 궁금한 것과 아이들이 필요한 것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던져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는 에볼라, 니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들의 최신 버전이면서 기후변화와 깊이 연결된 현상‘(<탄소 사회의 종말> 9쪽)이라는 의견이 거의 공식화되면서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재난의 상황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는 쌓여만 가고 각 국가들은 기후 대응과 경제성장 사이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미루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기후위기 관련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어린이들의 삶과 그들의 권리를 얼마나 세세하게 살필 수 있을까? 우리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아이들을 통제 혹은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아닐까? 우리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산화탄소는 한번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그것이 200~300년간 지구에 머무르면서 온실효과를 발휘한다.(‘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 이상’ 국민일보 2020.9.17) 그러므로 산업혁명 이후 1℃의 기온 상승은 실제로 우리가 저지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전부터 쌓여온 이산화탄소의 결과이며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앞으로 이삼백 년 간 지구에 머무르며 미래에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전에도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그를 무시한 채 살아도 큰 피해 없이 지내왔다. 탄소 중심의 경제 성장의 피해보다는 그 이득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탄소경제로 인해 얻게 될 이익보다는 피해가 큰 세대인 것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어린이·청소년이 겪는 피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탄소 사회의 종말>에서는 기후위기로 인권이 침해되는 집단으로 1) 토착민, 2) 어린이·청소년, 3) 이주자, 이산민, 섬나라 주민, 4) 장애인 5) 여성 6) 미래세대 7) 노동자를 꼽았다. 이 중 두 번째로 든 어린이·청소년 집단은 폭염과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악화로 인한 피해와 태풍, 사이클론, 대형산불 등 급격한 개시 사건으로 인한 사망 혹은 가족 구성원의 상실로 정신적 피해, 식수나 식량부족으로 인한 발육부전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어른에 비해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피해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섯 번째 미래세대의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 공동의 미래>의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현재 세대는 미래세대에게 빚을 갚을 의향도 없고 그럴 가망도 없지만 후손들로부터 환경 자본을 계속 빌리고 있다. 미래 세대는 오늘 투표할 수도 없고 정치적, 재정적 영향력도 없으며 조상 세대가 내린 결정에 반대하지도 못할 신세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 청소년에게 '기후위기'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 것일까? 마치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써' 같은 지시의 말처럼 ‘일회용품 쓰지 말자’, ‘전기를 아껴 쓰자’ 라며 단순한 생활 속 실천방안 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후위기가 온 것처럼, 원인을 흐리게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아니었을까? 물론 그 자체는 옳은 일이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들이 겪게 될 복합적인 피해의 무게에 비해서 어쩐지 너무나 가볍고 단순하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기후위기를 외쳐도 꿈쩍 않는 사회여서 일까? 한쪽에서는 기후 종말론마저 생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사회가 붕괴될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어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무슨 일을 하게 될까?’ 하는 고민을 하며 자랐던 것 같다. 그런 고민만으로도 나의 미래가 불안한 것 같고,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불안감을 동력으로 삼아 열심히 배우고 꿈꾸고 자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기후 위기로 인해 사회가 붕괴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은 어떤 것일까? 사회가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크나큰 노력을 통해 미래에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들, 현재 불안함을 아이들 마음에 던져 놓는 것,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꿈을 짓밟고 있는 일은 아닐까? 실제로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서 직접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운동을 하고 기후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그들이 있어 무엇인가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얻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참담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충분한 돌봄을 받으면서 학업과 놀이를 통해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꿈꾸어야 할 아이들에게 온실가스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던진 것으로도 모자라 그 폭탄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생기는 불안감과 좌절감을 심어줌으로써 미래가 아닌 현재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후위기로 인해 사회는 종말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40억 인구가 사라진다는 것은 허구 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효제 교수는 현대판 기후 종말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사람들이 인간 사회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종말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살아생전의 욕구 충족에만 몰두한다면, 그런 상태 자체가 곧 인간 ’ 사회‘의 종언을 의미할 것이다. 문명의 붕괴란 상호적인 기대에 기반한 인간’ 사회‘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암묵적 존재가 사라진 상태를 뜻할 것이기 때문이다’(<탄소 사회의 종말> 311쪽) 믿음이 사라진 사회는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는 관계없이) 이미 사회의 종언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에게 ‘장바구니, 텀블러‘ 같은 뻔한 실천의 말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기후위기로 인해 아이들이 잃을 것들’에 대해 낱낱이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만 한다. 그리고 들어야 한다.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음은 어떠한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정정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우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우리는 지금 당장 탄소경제를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 시스템의 대전환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 효과가 우리가 살아있는 생애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실제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기성세대의 ‘노력’ 자체가 어린이·청소년 세대에게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는 ‘신뢰’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뢰야말로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기본적인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1.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김현수 2020

2. <탄소 사회의 종말> 조효제 2020

3.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 이상’ 국민일보 2020.9.17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0091721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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