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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인가?

이지나 / 2021 모여봐요 독서의 숲 프로그램

  지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존재인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과연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쓰줍인’ 환경 커뮤니티의 행보가 그런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스로 환경을 위해 모인 회원들이 자기 사비를 털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매주 환경 스터디를 같이 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또 꽁초 어택과 같은 환경 챌린지 및 플로깅 행사도 자주 한다. ’쓰줍인’과 같은 자발적인 환경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난다면 우리 시민들의 환경 문해력은 걱정이 없지 않을까 싶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필요한 시기다.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양성과정이 경북환경교육원에서 열렸다.  못마땅해하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혼자서는  처음으로  교육 겸 여행을 떠난 것이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주변 환경도 너무 좋았다. 이렇게 울창한 산과 우거진 나무들 맑은 공기들을 오랜만에 접하니 눈물이 살짝 날 것 같다. 


  직접 산에서 환경체험수업을 시연해주신 교수님과 다시 강의실로 내려오면서  산림청 벌목 이슈에 대해 물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시며 운을 떼신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난리”라고. “나무 나이 30년이면 청년인데 어떤 근거로 벌목을 하는 건지  나무 말고 숲 전체를 봐야 한다”며 속상해하셨다. 


  한편, 교육 마지막 날 환경 교육원 부장님이 교육생들에게 인사를 하시면서 산림청 벌목 이야기를 꺼내셨다. 탄소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벌목을 하는 게 맞다며 산림청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을 안 했기 때문에 잡음이 생겼다는 말이다. 환경교육의 최전선에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접하니 ‘이게 뭔가’ 싶어 혼란스러웠다. 이런 이슈는 당연히 답이 무조건 정해진 줄 알았다. 과학 이슈라 데이터가 있으니 정답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왜 서로 대립되는 의견이 나오는 걸까? 나는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입장을 직접 찾아보았다. 


  산림청은 ‘나무’와 ‘숲’의 탄소 흡수 기능에 대해선 “나무 하나하나의 흡수량이 아닌 산림 전체의 탄소 흡수량을 봐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한 그루당 9.2㎏의 탄소를 흡수한 50년생 소나무의 경우, ㏊(헥타르) 당 평균적으로 732그루밖에 남아있지 않아 전체 탄소 흡수량은 6.7톤(t)”이라는 자료를 냈다. “5㎏의 탄소를 흡수하는 20년생 소나무는 ㏊당 2030 그루나 남아있어 총 10.1t으로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애초 수령 40~50년 숲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어린나무가 탄소 흡수량이 더 많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오래된 나무가 탄소 흡수가 더 많다’는 세계 각국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개개의 나무 흡수량이 아닌 숲 전체를 봐야 한다’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현실 왜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숲 전체에는 나무뿐 아니라 흙과 낙엽 퇴적물, 자연 발생한 작은 나무와 식물 등이 어우러져서 함께 탄소를 흡수한다”며 “20년생 소나무 숲이 50년생 소나무 숲보다 탄소 흡수량이 더 많다는 산림청 계산에는 토양 등의 탄소 흡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불합리한 계산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토양과 낙엽에 대한 탄소량은 장기간 토양 데이터가 확보되기 시작하는 내년 이후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후변화학회는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이 훼손돼서는 안 되고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으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과학적 관점의 접근이 기준되어야 하고 △정부와 언론, 전문가, 시민사회 모두가 참여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노동운 학회장(에너지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과 나무 관련 문제제기가 혼란이 아니라 더 숙성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녹색연합 관계자도 "나무를 베지 말고 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탈탄소를 원한다면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는 게 맞는다. 숲이 지닌 공익적 기능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입장과 논리 중에서 유독 마음에 와닿은 것은 공주대학교 이재영 환경교육과 교수의 말이었다. “어떤 정책이든 틈새를 노리는 정보 조작자들이 활개 치고,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는 확산되고,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는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이 성공하려면 가짜 뉴스의 생산과 확산을 막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운영하고, 시민들의 환경 문해력(그린 리터러시)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과학기술이 정치, 정책 영역에 들어가면 하나의 합의를 도출해내기까지 이해 당사자간의 토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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