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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깜짝 터닝 포인트

류동희 / 2021 기후정의 공감의 숲 프로그램

  나에게 기후위기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계기이다. 오랜 직장생활로 어느 누구보다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했고, 배달음식, 포장음식을 애용했던 불량주부가 퇴사 이후 어느 날 기후변화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나 이상기후가 더 이상은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나의 생활을 반성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기후변화 수업을 듣고, ‘기후 피디’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강의에 참여하고 다양한 정보도 얻게 되면서 관련 강의가 있으면 열심히 신청해서 공부했다.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듣더라도 각자의 생각,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기후변화, 자원순환, 쓰레기 대담 등의 강의는 나에게 다른 어떠한 강의보다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지구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강의 내용이 평상시였다면, ‘뭐 그 정도일까?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 아냐?’ 아니면, 그 순간 잠시 걱정을 하고 뒤돌아서서 금방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점점 알고 싶었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해 보겠다며 집 근처 상가를 계약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나의 행동은 평상시의 나에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 다들 놀라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몰랐던 환경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충격도 받았고, 정말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직접 관련 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돈은 못 벌어요… 사장보다 직원 하고 싶어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등등 예상했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뿌듯함과 즐거움, 보람 등이 보였다.  돈을 많이 못 벌면 기운은 빠지겠지만, 그래도 보람된 일이면 상쇄되지 않을까? 아직 시작한 것은 없지만, 일단 결정을 하고 나니 맘에 여유가 생긴다 40대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기쁘고, 앞으로 배우고 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이 다행이다.


  알면 알수록 헷갈리고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많다. 들었던 내용과 실생활은 또 다르고, 환경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내가 갑자기 변하는 건 자신이 없다. 단지, 나처럼 매일 일회용 컵으로 커피 사 마시고,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반이상은 포장음식, 배달음식을 먹었던 불량주부가 하나씩 변하는 것이 효과가 꽤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가 하라고 하면 이상하게 더 하기 싫다는 우리 집 사춘기 중학생처럼 나 또한 억지로 하라고 하면 더 싫다.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나처럼 스스로 깨닫는 이웃들,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차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 어느 날 갑자기 제로웨이스트샵을 준비 중인 류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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