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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지구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조선주 / 2021 기후정의 공감의 숲 프로그램

  나의 지구 사용량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몇 개의 지구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1.5개라고 대답했다. 지구 사용량 평균이 1.73개라고 했으니 환경 의식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그보다 조금 적은 1.5개라고 답했던 것이었다. 글로벌 풋프린트 네트워크(www.footprintnetwork.org)에서 측정한 나의 지구 사용량은 3.7개였다.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코로나로 비행기 이용이 전혀 없었는데도 나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3.7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깨달았다. 나에게 기후 위기는 미룰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더 미룰 수 없다는 다짐으로 이 글을 쓴다.


  지구 사용량 측정을 하며 의문이 들었다. 지구 사용량 평균이 1.73인데 어째서 나의 지구 사용량은 3.7인지 말이다. 사실 측정 질문들은 의외로 단순했다. 동물성 제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주거 형태는 무엇인지, 몇 명이 함께 사는지, 집에 전기가 들어오는지, 대중교통은 얼마나 사용하는지, 비행기는 몇 시간 타는지 등이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중간 정도라고 답했다. 그런데 3.7개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후가 위태로운 시대, 세상은 정의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한국을 비롯해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많은 나라가 지구 사용량 평균을 훨씬 넘는 결과를 나타냈다. 3개~5개 수준이다. 반면에 콩고, 인도, 수단 등과 같은 나라는 지구 사용량이 1개가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세계의 불평등을 자주 생각하고 자주 걱정한다. 전 세계 상위 1%의 부유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빈곤층 50%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의 두배가 넘는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가 각 나라의 노동생산성과 작물 수확량에 크게 영향을 미쳐 부유층과 부유국은 오히려 부를 축적하고 가난한 나라와 빈곤층은 더 가난하게 된다. 기후 위기가 세계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킨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내 마음이 거기 쓰인다. 나는 기후를 위해 거창한 일은 하지 못하지만 많은 작은 실천을 하겠다.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하겠다.


  나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고 싶으니까, 이대로 지구는 온전할 수는 없으니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 세대는 물론, 이대로 가다가는 내 세대도 안전하지 않다. 기후 위기는 더 미룰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지구 사용량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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