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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절기

이승수 / 2022 소소기록 희망의숲 청년 농부의 시선

   1)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4월 9일, 확연히 따뜻해진 날씨에 주변에 들풀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저희 밭은 생땅이라 아무것도 없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론 풀이 없어 밭일하기에 편해 보이지만 그만큼 양분도 없기에 잡초가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척박한 두둑에 농협 가축분 퇴비를 한 포씩 섞어주고 A-fram(A모양으로 생겨 수평을 잡거나 기울기를 알 수 있습니다.)으로 물길을 잡은 고랑에는 폐종이박스와 폐현수막, 제초매트로 3중 멀칭을 했습니다. 폐지는 고물상에서 사고 폐현수막은 전수리 주민센터에서 공짜로 얻고 제초매트는 작년에 쓴 것을 재활용했습니다. 폐종이박스는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재활용 업체에서 군청이 관리한다고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조금 영세해보이는 고물상에서 1톤 트럭 한 차 가득 실어서 키로당 160원, 174,000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버리지 않고 모았다면 작년에 충분히 모았을 것 같아서 돈이 아까웠습니다.


   이렇게까지 고랑 멀칭에 신경쓰는 이유는 여름철 풀이 고랑을 막으면 밭에 들어가기도 싫어지고 예초기를 여름 내내 매고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많이 고생했어서 고랑멀칭을 두껍게 하고나니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집니다. 고랑을 탄탄하게 멀칭을 해놓으면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두둑은 지푸라기로 멀칭했습니다. 짚도 썩어가면서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흙이 빗물에 굳지 않게 수분을 머금습니다. 분해되면서 자연스럽게 양분이 되고 잡초가 나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2)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청화한 날씨에 작물 식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5월 초입니다. 무엇을 어떤 조합으로 심을지 고민해봅니다. 구매한 작물 모종은 고추 50주, 토마토 50주, 가지 30주, 수박 10주, 참외 10주, 땅콩 100주, 옥수수 50주이고 다년생 나물류 모종은 땅두릅, 눈개승마, 쑥부쟁이, 홑삼잎국화, 머위, 우슬, 당귀, 참취, 곰취, 그리고 허브류 모종은 러시안 세이지, 램즈이어, 스위트 라벤다, 나스터튬, 애플민트, 페퍼민트, 스파이 민트, 레몬밤, 휀넬, 차빌, 잉글리쉬 라벤다, 벨가못, 골든레몬타임, 커몬타임, 차이브, 야로우, 저먼케모마일을 구매했습니다.


   퍼머컬처는 밀식과 섞어짓기로 잡초를 억제한다고 합니다. 밀식을 하되 작물이 높이와 양분을 경쟁하지 않게 조합해서 조화를 이루게 합니다. 조화는 에너지의 순환이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작물의 조합을 고민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설계합니다. 이는 잡초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상기후나 병충해에 대해 저항하는 튼튼한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작물은 일년생보다는 다년생 위주로 심었습니다. 허브나 산나물은 양평지역에서 월동이 가능한 종류로 심었습니다. 다년생은 내년에 다시 씨앗을 뿌리거나 심을 필요가 없어 내년엔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일년생 심은 자리는 수확하고 나서 다른 작물로 돌려짓기합니다. 내년에도 다른 작물을 심을 예정입니다. 같은 자리에 다시 같은 작물을 심게 되면 기지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는 섞어짓기로 예방하고 돌려짓기로 피해갈 수 있습니다. 토마토와 땅콩, 상추와 강낭콩, 생강과 오이 조합으로 세 곳의 두둑에 심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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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28살에 코로나로 일을 쉬던 중 우프코리아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년엔 토종작물, 올해는 퍼머컬처를 배웠습니다.

밭에서 나는 식재료에 관심이 있어 농사를 시작했는데요.

또래친구들과 흙장난 하면서 농부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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