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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세심한 너에게

유주 / 2022 소소기록 희망의숲 청년 비건의 시선

   오늘의 달이 몇 시쯤 떠올랐는지, 혹시 알아?

   해가 지는 곳에서 달이 떠오른다고 하니까. 일몰 시간은 월출 시간일까?

   월출 시간이라는 말도 참 익숙하지가 않아.

   인간은 주행성 동물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비건이 주류가 아닌 지금, 어려운 상황에도 묵묵히 나아가는 너의 삶을 보며 밝은 해에 가려져서도 제 갈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달을 생각해보게 되었어. 언제부터 세상은 육식이 당연하고 비건이 옵션이 되었던 걸까?


   우리는 이곳에 꽤 오랜 시간 존재하고 있어.


   옛날 옛적 언젠가, 어쩌면 우리의 대부분은, 달을 바라보며 살아왔는지도 몰라. 그때까지만 해도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때도 사람들은 충분히 건강했고, 다른 동물들과 조화로운 자연 속에 평화롭게 살아왔어.


   바다 건너 어떤 곳에서는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도 있었어. 그곳에서는 많은 동물이 식량으로써 역할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충분히 조화롭고 자연에 부담이 없었던 때도 있었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몇몇 사람들은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벗어나, 시장을 넓히며 돈을 벌기 위해 모두가 해를 보며 살아보자고 했어. 하나 둘 뒤를 돌아 해가 뜨는 방향을 향해 섰어. 희소했던 고기가 우리에게도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거야.


   달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해가 떠 있는 방향으로 서 있는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해를 바라보는 것이 주류가 되었고, 우리가 꼭 해를 향해 서있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것을 잊어갔어.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모두가 해를 바라보고 있어서 달의 방향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


   그때, 너는 뒤를 돌아봤어. 건강해지고 싶어서, 비인간 동물과도 사이좋게 행복하고 싶어서, 떳떳해지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어. 그리고 너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물론 마주치는 눈빛들이 따갑기도 해.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내게 손가락질하기도 하고, 나만 반대 방향을 바라본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해. 내 얘기는 잘 듣지도 않고 자꾸 해를 봐야 한다고만 해. 우리 함께 달을 바라보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달이 떠오르는 방향을 보며 사는 법을 잊어버렸나 봐.


   여전히 해가 떠오르는 곳이 앞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대다수가 해가 떠오르는 ‘앞’을 바라보는 세상 속에 달이 떠오르는 ‘뒤’를 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아. 그래도 달이 떠오르는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


   고개를 돌려 나와 같은 곳을 향해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우리 다 같이 오래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아.


   어디가 앞일까? 어디로 걸어가야 맞을까?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세심한 너를 응원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고,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존중하고,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너의 소중한 마음이 고마워. 더 많은 우리가 되어 다 같이 달을 떠오르는 곳을 향해 가면 좋겠어. 이따금 우리의 여정에 지칠 때는 고개를 돌려보며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자. 지금은 우리가 달이 떠오르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 때야.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가다 보면,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우리가 모여 우리가 바라보는 그곳이 ‘앞’이 될지도 모르지. 너의 길이 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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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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