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지옥

링고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봄은 이제 지옥이지?

온갖 것들이 떼거지로

매섭게 귀신처럼 피어나*니 말이야

순서마저 밟아버리고


꽃 피고 곧 지면

화신이 올 텐데


인간을 무서워하는

멍울진 마음들만

감기처럼 옮고


곧 있을 종말의 시나리오엔

네 얼굴이 없다


이상할 것도 없지

우린 다 죽어버릴 거니까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지 않고

온데간데없다


아주

길을 잃은 것 같다


노란벌도 초록별도 없는

여기가 지옥이다



*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

** 진은영,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


-

링고


언어와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있는 링고입니다.

(강혜빈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울고 싶을 땐 울고 힘껏 사랑하고

누군가의 용기가 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세심한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