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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규리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지구가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아니, 해석하려 들지 마라.


솔직히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와 정말 가까운 사람들은 ‘너는 성인군자가 아니’라며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괜찮다'며 미소 짓는 내게,

그럼에도 땀에 젖은 손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화를 낸다.


잘못되었다는 것도 분명히 보이고,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도 선명하다.

그런데 나는 화내지 않는다.

그건 일상이었기에.


이런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두려움과 긴장감이 만들어 놓은 부자연스럽게 꺾인 팔 아래, 땀에 젖어있는 유난히 까맣고 두꺼운 내 손을 바라보았다.


정말 쳐다보기 싫은 내 손,


세상에 매끄럽게 잘 스며들고 싶어,

분노를 억지로 눌러내느라 땀이 나는 내 손.

두려움과 긴장으로 꺾인 내 관절.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나


내 입인가,

내 분노인가,

내 손인가.


(                                             )


내 손을 보고서야,

더 이상 남인 척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독자에게 전하는 후기: 정말 솔직하고 꾸밈없이 쓰려고 했는데, 막판으로 갈수록 자꾸 꾸며내려고 하는 내

    가 느껴졌다.

* 독자분들께 제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읽어 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

규리


작가는: 奎里, 이름의 의미도 모르고 살았다.

奎는 별, 글을 의미한단다. 里는 마을과 이웃을 의미한단다.

별은 우리의 이웃이다. 하늘이 어두울 때에야, 땅 위의 것들은 별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불안할 때 이름이 없는 존재들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

작가의 손은 지금도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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