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연의 규칙

헷거부기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바다는 생각보다 비리다

생각했던 것보다 갈매기는 시끄럽게 운다

바람은 더 차게 불고

모래는 더 귀찮게 발에 달라붙는다


인터넷 속 바다는

에메랄드, 아콰마린 때때로 자수정, 다이아몬드를 물결에 비추고 있다

사진 속 사람은 한껏 기쁘게 웃으며

구름마저 그 사람을 웃게 해주는 것 같다


0과 1의 바다는 비리지 않다

비리지 않아서 더 씁쓸한 바다

자연의 규칙을 묵묵히 지키는 바다는

인간에게 잘나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


바다가 비려진 이유는

자연의 규칙

인간에게 기댈 이유가 없기에

이제는 공생할 수 없기에

짜고 텁텁한 말을 뱉어낸다


우리가 버려진 이유는

자연의 규칙

우리 세대는 바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고작 향기로 눈치를 받는다


자연에서 나온 것들도 정확하지 않지만, 말을 전할 수 있다

모래사장에 있는 쓰레기는 우리의 발목을 잡아 얘기한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물살이는 입 안에 기름을 머금은 채로 눈으로 바다를 얘기한다

그물에 묶인 거북이는 사진기를 가진 인간을 찾아 돌아다녀야 얘기할 수 있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바다의 아픔을 보고 날아온 갈매기는 얘기도 못 하고 새우깡만 먹고 돌아간다


자연의 규칙

무엇이든지 포용할 것

독을 가진 버섯도 안아주기 쉬웠으나

독이 되어버린 사람은 이제 자연이 외면할 차례


인간의 법칙

1에서 0이 되어가는 바다보다

0과 1이 더 중요하다는 법칙


그런데도 비린 바다는 내게 바다로 남아주겠다고 외치고 있겠지


-

햇거부기


아스팔트 틈 사이 피어난 민들레가 우리가 자연을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시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