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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는 병들고 있고 나는 변해가고 있다

솔방울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나는 어릴 적에 단순했다. 갑자기 더워지는 날에는 ‘그냥 오늘따라 더 더운 것이구나.’ 했고,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추운 거지?’ 했다. 어릴 적 나의 사고는 이것이 한계였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갔다. 초등학교에서는 단순히 ‘전기를 많이 써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고 북극곰이 죽고 있어.’라고 배웠다. 정확한 원인은 설명해 주지 않는 선생님들 아래에서 나는 편하게 살아갔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다른 또래와 다르게 꽤나 낭만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같은 나이의 다른 학교 친구들이 서로 경쟁하고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며 입시 경쟁, 인서울 대학만을 바라보며 달려갈 때, 나는 국영수 등 일반적인 과목 외에도 수공예, 목공예, 오이리트미, 농업, 측량, 임업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면서 넓은 시야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같은 나이의 모르는 친구가 생계유지에 시달리며 꿈을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알바하면서 고단하게 살아갈 때, 나는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때 놀며 나의 취미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내 마음대로 꿈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이 불평등한 사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점이다. 다행히도 내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이 사회의 불평등이 낳은 위기라 할 수 있는 기후위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나는 아는 것이 많아지고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슬퍼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내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사회의 부조리함, 사람들의 모순적인 행동을 알수록 사회를 향한 분노는 더 커졌다.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옳은 일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비참해져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달콤함과 편리함을 잊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것처럼, 나도 아직 3살 버릇을 고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용기가 부족한 내가 기후정의를 위해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기후정의 연대 가입하기, 절약하기, 채식 급식 선호하기(학교에서 아직 지원이 안 되어서 ‘선호’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시위 참여하기 등이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육식, 시원한 에어컨 공기, 엘리베이터, 일회용품, 규모가 큰 오락영화, 물놀이장, 놀이공원 등을 포기하지 못한다. 기후정의 동아리와 대안학교 청소년 기후정의 연대에 소속되어 있는 나조차도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원동력 삼아 기후정의에 힘을 합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다. 이 정도라도 하는 것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기후정의에 백 퍼센트 매진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청소년이라는 신분, 학업, 친구 관계, 성장기, 꿈이라는 이유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어떨 때에는 나를 깎아내리고, 어떨 때에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이 행동들이 위선적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행동들이 현재의 나를 있게 하고 더 나은 나를 있게 하는 힘을 선사하기에 이어가 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나는 다짐한다.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후정의 행동, 사회운동 등을 늘려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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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필명 ‘솔방울’로 활동하는 06년생 남학생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고,

내면의 생각을 펜을 통해 이끌어낼 때, 글쓰기의 매력을 느낀다.

언제나 'carpe diem'을 마음 속으로 외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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