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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사랑랑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쏴아아... 내가 좋아하는 시원한 바다의 소리를 듣다 보면 드넓은 바다 안에서 자유로이 유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고래가 자연스레 상상된다. 최근 여러 기사에서 자원의 무차별적인 생산과 낭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인간이나 바다, 땅에만 해를 끼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내가 사랑하는 고래를 멸종으로 이끌고 있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 사례를 소개해 보려 한다.


   연어! 연어를 생각하면 노르웨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노르웨이는 연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인데, 대부분 자연산 연어가 아닌 양식 어장을 통해 번식시킨 연어를 선택한다. 많은 사람들은 양식이 자연환경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은 지름 50m, 위에서 보면 올림픽수영장 크기로, 이곳에서는 100만 마리 이상의 연어가 헤엄치고 있다. 이 연어들은 2~3년 정도 지나면 실내에 있는 담수 탱크장에서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1kg의 물살이 기생충 퇴치제, 9kg의 마취제를 섭취하며, 1만 5000톤의 사료를 먹고, 5000톤의 배설물을 만들어 낸다. 각각의 양식장에서 매년 3000~4000톤의 연어가 생산되는데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는 이런 양식장들이 수천, 수만 개가 떠 있다. 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안에 갇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사람의 욕구를 위해 사육된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들으면 크게 양식의 문제점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사료이다. 사료? 사료가 무슨 문제인 것일까? 사료의 주성분은 바다에서 잡히는 멸치, 정어리, 청어와 같은 소형 어류들이다. 양식에 필요한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선에서 잡히는 소형 어류 전체 양의 3분의 1을 갈아서 만든다. 이렇게 물살이를 과도하게 잡는다면 바다에 있는 소형 어류들의 비중은 점점 사라지게 되고 먹이 사슬이 파괴된다. 먹이 사슬의 1차 소비자들의 수가 적어지게 되면 결국 혹등고래나 돌고래, 바다사자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먹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바다의 생물들은 점점 멸종의 길을 걸을 것이다.


   나는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학술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물살이가 지구의 대기를 지켜준다는 것이었다. UCLA 연구원인 대니엘 비안치가 과학 저널 <Science Advances>에 물살이의 배설물이 해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해초들이 흡수하고, 소형 어류들은 해초를 먹으며, 큰 물살이가 작은 물살이를 먹으면서 물살이의 배설물 안에 탄소가 갇히게 된다. 배설물은 해저로 가라앉아 이산화탄소를 최대 600년 동안 가두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UCLA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에는 참치, 대구 등 바다에서 살아가는 물살이 떼들이 연간 약 9억 4,000만 미터톤에 달하는 탄소를 흡수했다고 한다. 연간 9억 4,000만 미터톤은 어마어마한 양인데, 영국이 2020년 1년간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이 3억 2,600만 미터톤이라는 점에서 거의 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하지만 20세기 초 산업화가 된 이후 물살이가 남획되며 바다에서 물살이들이 흡수한 탄소의 양이 4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을 그저 소비만 해오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작성하면서 우리의 욕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다 섭취하지도 못하고 폐기해 버릴 연어들을 양식하는 우리의 욕심. 오늘 하루만 돌아보아도 내가 부린 욕심들은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저녁을 남긴다거나 필통에 넘치는 볼펜을 다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볼펜을 또 사는 등 나의 가볍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와 나,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의 사랑 고래를 위해,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섭취하고 적당히 소비하고 욕심을 버리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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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랑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바다와 아름다운 고래를 사랑하는 사랑랑입니다.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동식물들을 지킬 수 있는 발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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