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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박현성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기후생태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의 시선

   저는 해양도시인 인천에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과학 수업 시간에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제가 살고 있는 인천 앞 바다의 해양환경변화를 조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조사 결과는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수온,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열팽창 때문에 높아지는 수위, 무너지는 해양 생태계는 단지 북극곰의 문제, 투발루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기점으로 제가 사는 곳인 인천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제가 사랑하는 인천 앞바다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후 행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후행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 저는 2020년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19, 잦은 대형태풍, 산불과 폭우를 경험하면서 기후위기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는 혼자 실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잘 알기에, 또한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는 변화하지 않기에 깊은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청소년 운영위원이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운영위원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며 기존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원동력으로 바꾸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기회들을 통해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참여위원, 국가환경교육센터 운영위원으로서, 차기 교육과정에서 우리들의 환경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 청소년기후행동, 충청남도 탄소중립위원의 형태로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안과 행동을 요구하며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노력에도 2022년 8월 제가 두려워했던 인천이 물에 잠기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시 한번 기후위기라는 것은 그 누구도 혼자선 대응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혼자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 모두의 집단지성과 목소리, 그리고 행동을 필요로 하기에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이고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가 유의미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한 기후변화 체험전에서 “엄마, 나 어른이 되기 싫어요.”라고 말하던 어린이가 생각납니다. ‘아동’의 권리보장, 미래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기후위기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의 기후재난들은 헌법 제34조 1항 ‘인간다운 생활 또는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여러 조건의 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생존권과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환경권을 침해하고, 기후 및 환경위협으로 학교와의 물리적인 단절로 인해 또는 경제적 사정으로 교육을 포기하는 아동이 생겨나는 사례처럼 아동의 교육권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소득 계층 간 불평등으로 가장 적게 탄소를 배출하는 저소득층은 기후재난으로부터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습니다. 가장 적게 탄소를 배출한 어린 세대는 가장 오래 그리고 치명적으로 기후재난을 마주해야 하는 세대 간 불평등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들의 환경권, 교육권, 생존권, 인권, 아동기본권 등 우리들이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을 다양한 형태로 침해하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앞으로 기후생태위기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확실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아직 그것을 막은 기회는 남아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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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성


환경교육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는 박현성입니다.

이를 이뤄가기 위한 노력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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