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 2023 소소기록 희망의숲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교차하는 시선들
#1. 일
‘노동 활동’을 한 지도 꽤 되었다. 어렸을 때는 용돈을 벌기 위해, 좀 더 커서는 생활비와 여가생활을 위해, 지금은 생존을 위하여 하는 것 같다.
사실, 별로 일하기 싫다. 생각해 보면, 일을 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할 수 있다. MBTI I형 인간은 딱히 아닌데, I형처럼 사는 것도 좋다. 처음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마냥 놀았다. 어렸을 때이기도 하고, 놀고 싶었던 것도 있어서 막 놀았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나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익, 공공에 관한 생각이 별로 없어서 전공대로, 원래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두 번째 직업도 전공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생각이지만, 돈은 벌 만큼 벌어놓고,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했다. 회사 다니면서도 공부는 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체력과 의지도 부족했다. 그래서, 또 공부를 핑계로 놀았다. 사실 이때도 공부는 별로 안 했다. 또 놀았다. 그러다가, 그냥 일을 하면서 공부는 조금씩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일을 구했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공공적인 일을 구하긴 했다. 다시 사기업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했고, 비교적 부담이 적은 직업을 택했다. 연봉은 줄었다. 그게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이후에는 계속 연봉이 떨어졌다. 실력은 좋아지긴 하는데, 한곳에 오래 붙어있지를 않아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완전 공익적인 직장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익을 위해 일하기는 했다.
딱히 보람이 있었다기보다는, 기존 전공에서는 뭔가 공익적인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전공도 아니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다니고, 나이는 먹고 있지만 안정성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2. 활동(가)들에 관한 활동
활동가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한 1년 정도.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 그 정도 될 것이다. 나는 활동가의 역할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생각해 보면 활동가와 비교적 가깝게 지내기는 했다. 어릴 적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고, 여러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어릴 적에는 ‘활동가’라는 직업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기도 했지만 잘 모르기도 했었다. 활동가만으로 밥벌이하기는 힘들기도 했다. 지금도 많이 벌기는 힘들겠지만. 돌이켜 보면, 많은 직업과 사회활동을 활동가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렇다면, 활동가와 나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활동가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활동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자본주의에 다소 반하는 일들을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공부한다고 하기보다는, 놀면서 이런저런 곳을 기웃기웃하는 정도이긴 하다. 아직 궁금한 것도 많고, 일반적인 활동가들의 활동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려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을 더 고민해 보고 싶다. 기존에도 연구된 바 있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활동가들이 그렇게 좋은 조건에서, 힘 있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할 여건은 왜 좋지 않은가, 급여는 왜 적은가, 일은 왜 그러어어어엏게들 많은가.
그동안 만났던 활동가들을 보면, 하고 싶은 걸 하지만 대체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의욕이 없거나 억지로 하지는 않지만,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는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부귀영화는 포기해야 하는가 등등.
언제쯤 생각이 정립되고,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이 다닐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아직 이러한 주제에 관한 생각은 혼자 하는 처지라서, 뭔가 사업비나 연구비를 쓰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당위성이 갖춰진다면, 억지로라도 진행할 수 있긴 할 텐데. 물론 뭐 돈이 되어서, 혜택이 되어서, 연구 실적이 되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전공하고는 거의 무관하고, 졸업하는 데 도움은 하나도 안 된다.
카테고리를 잡고, 구별 짓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 알아보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되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쓰기 모임도 그런 목적에서 시작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것은 노동은 아니다. 누군가의 노동을 지켜본, 지켜보고 있는 사람의 또 다른 ‘활동’이 될 것이다. 활동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방식이나 방법은 또 차차 정해질 것이다. 아직 생각할 거리가 많고, 많은 조사나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관계 형성도 중요하고, 더 많이 활동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분야도 다양하고, 깊이도 다르기 때문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본업이나 주 활동 범위는 따로 있기도 해서 집중적으로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선순위가 있기도 하고.
계속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바는 다를지라도, 뭔가 활동가들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몸도 건강해야 하고, 마음도 그렇고.
쓰고 보니까 추상적인 표현들이 많은데, 아직 뭔가 딱 정한 게 없어서 그렇긴 하다. 원래 성격이 좀 그렇다. 명확한 표현들이 좋은데, 그냥 나는 뭔가 두루뭉술한 게 좋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거일 수도 있고, 저거일 수도 있고.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철이 없긴 한데, 딱히 철들고 싶지도 않고. 그런 성향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내년엔 뭘 하고 있을까? 상반기는 그럭저럭 나름 알차게 보내긴 했다. 하반기랑 내년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가만히 있는 것도, 이렇게 딴생각에 잠기는 것도 ‘노동’인 것 같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복잡하다. 텐션 up 해서 힘을 좀 내어야 할 텐데.
알다시피 인생은 원래 거지 같으니까,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야지.
파이팅 해야지.
파이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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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활동가들을 공부합니다.
우리 활동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