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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 Dec 27. 2020

여기 엄마 연습생이 있어요

트레이닝은 어디서 받을 수 있죠?


자기 전에 문득 불안함의 소용돌이에 마음이 까끌거린다. 서른 하나 이제는 제법 어른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아직도 한없이 어린 마음이 맥없이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함을 떨치려 괜히 남편의 파자마 소매를 만지작거려본다.


결혼을 마음먹을 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다.

또래에 비해 조금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오랜 연애 경력으로 확신에 차있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봐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아직까지는 생각한다).  



둘이서 지내는 평온한 일상에 젖어 벌써 4년, 연애 포함 10년이다. 부지런히 여행도 다니고 놀만큼은 다 놀았다. 정말. 더 늦기 전에 아기를 가지라는 주변의 얘기가 신경 쓰이기는 한다. 신혼 초에는 거의 못 들은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하나 둘 모여 전보다 무게가 꽤 나간다. 지금 가져도 초등학교 들어가면 불혹의 늙은 아빠라고 걱정하는 남편이 무게를 더하고 무심코 손가락을 넘기다 마주한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선배 부부의 아기 사진들이 또 한 줌 마음의 짐을 보탠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도 있다. 하지만 이제 5년 차 직장인으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실적도 나름 괜찮고 다른 직무로 옮겨볼까도 싶기도 하고 어쩌면 이직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더 그려나갈 수 있는, 아직 더 가지지 못한 내 미래를 잃는 것이 더 두렵다.


"너를 잃는다고 혹은 포기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냥 잠시 미뤄질 뿐이야. 임신은 시기를 놓치면 더 힘들어지지만 직장은 아기를 낳고도 계속 다닐 수 있잖아."


임신 계획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직 완벽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맞는 말 같다. 임신과 출산 준비 그 서막을 알리는 엽산과 아연을 벌써 세 통씩이나 비워놓은 사람의 고민이라기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 뭐든 딱 부러지게 결론이 나는 것을 좋아하고 늘 그랬지만(그러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어렵다. 준비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그래도 어플을 켜 새로운 엽산과 아연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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