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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Aug 20. 2015

스시를 Seushi로 표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본의 대표음식 '스시'는 영문으로 'Sushi'이다. 원래 일본어 발음이 '수시'쪽에 가까운지 아니면 우리가 원래 알고 있는 '스시'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사람들은 '스'라고 쓰고 'su'라고 영문표기를 한다. 만약 'Seushi'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한국어 발음 중에서 'ㅡ'를 표시한 영문표기를 보면 이렇게밖에 안되겠지 하면서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


장승배기 Jangseungbaegi

증산 Jeungsan

능곡 Neunggok

금산 Geumsan

금릉 Gemneung


'ㅡ'발음이 들어간 영문표기는 죄다 저런 모양이다. 한 눈에 단어가 잘 들어오지 않고 발음하기도 애매하다. 좀 감성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단어 자체가 주는 호감도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저렇게 표시하면 외국인이 한국 발음인 'ㅡ'발음을 정확히 하느냐? 그렇지도 않다. 한국사람이 생소한 프랑스어나 중국어 발음을 발음기호보고 열심히 따라한다고 해도 현지인들이 주고받는 발음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소통하는데 오해를 최소화하는데 목적이 있고 어차피 현지 발음과 똑같이 못하겠다면 좀 더 단순하고 발음하기 쉬운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외국인들의 발음이란 어색하기 짝이 없으니까.


다시 스시로 돌아와보면 sushi. 한 눈에 잘 들어오고 간편하다. 솔직히 "쑤쉬 먹으러 갈래?" 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아무도 "스시 먹으러 갈래?"라고 정확히 발음하지 않으니까. '으'발음을 'U'를 사용해 '으'와 '우'의 중간 정도로 발음하게 하는 건 매우 합리적이고 간단하며 단어 자체에 접근성을 높여준다 (자꾸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건 뭐지 ㅋㅋ '오')


'ㅓ'발음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 가운데 글자는 '정'인데 정확한 영문표기법으로는 'jeong'이 맞다. 실제로 그렇게 쓰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난 예전부터 왠지 그렇게 쓰기 싫은 거다. 그냥 단어를 딱 봤을 때 매력이 떨어진다. 저렇게 쓴다고 외국인들이 '정'이라고 읽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예전부터 'jung'이라고 쓰고 있는데 외국인이 내 이름을 발음할 때 '중'이라고 읽는 거다. 아 그래서 불편하지만 'jeong'이라고 굳이 쓰는 거라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한국사람이 발음하는 내 이름은 외국인들이 절대 똑같이 못 따라한다.(처음에는) 그럼 좀 더 내 이름 발음과 가깝게 설명해주면 된다. 그럼 걔네들도 아 그래? 하면서 따라하겠지. 


위에 있는 명칭을 발음에 가깝고 보기에 불편하지 않으며 복잡하지 않게(매력적으로) 고쳐 써 보자.


장승배기 Jansunbeki

증산 Junsan

능곡 Nungok

금산 Kumsan

금릉 Kumlung


받침 'ㅇ'도 (자꾸 이모티콘 같은 건 내 느낌탓이겠지) 단어를 어렵게 보이게 하고 접근성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한다. 마지막 문자가 이응받침으로 끝나면 입을 벌리면서 혀를 둥글게 말아서 정확히 'ing'로 발음해야겠지만 뒤에 문자가 와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발음하기 편할 경우에는 'ng'보다는 'n'으로 발음하게 하고 표기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ㄱ'을 'K'로 할지 'G'로 표기할지는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긴 한데 최근 'G'로 바꾸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뒤에 모음 'u,i,e'가 올 경우다. 영어랑 거리가 먼 내가 보기에도 'ge, gi'는 '개,기'로 보이지 않고 '재,지'로 보인다. 영어에서 쓰이는 법칙이 외국어 표기법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사람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게 함정이다. 그래서 그런 모음이 올 때는 'K'로 바꾸었다. 'u'모음은 괜찮을까? 'gum'보다는 'kum'이 더 '금'같아 보인다는 게 내 생각인데 이런 건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길. (아몰랑)


이러다 된소리가 들어가는 '떡볶이, 김치찌개'쪽으로 가면 좀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자음을 두 번 두드려서 쓰는 'Topokki, Kimchi-Jjigae'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독어나 스페인어에서 보이는 알파벳 문자 위에 어떤 표시를 해주는 특수문자를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 예를들어 스페인어로 소녀는 la niña (라니냐) : 'n'위에 물결표시를 하면 '나'가 '냐'로 발음된다.


나는 '스시'가 'Seushi'가 아니라 'Sushi'인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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