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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Jul 09. 2022

여행은 변신 중

제가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여행이 변화하는 모습을 국내여행 기준으로 적어보겠습니다. 해외여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의 변화는 곧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와 연동되어 있어서 한번 변해버린 패러다임은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힘들어집니다. 편리거나 쾌적함을 한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계속 그 상태로 남아있거나 그 방향대로 더 나아가려하지 불편하고 덜 쾌적했던 이전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까요.




소규모의 여행자들


팬더믹이 지나간 2020년대의 여행은 2000년대 초반의 여행과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 변화의 양상은 이미 2010년대에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여행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과 '여행자 스스로 발견하는 장소'입니다. 예전에 해외여행을 했던 전형적인 모습을 떠올려볼까요? 스무명이 넘는 단체 여행자들이 깃발을 들고다니는 가이드를 따라서 정말 유명한 장소들(만)을 돌아다니며 사진찍고 기념품 사자마자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교통 접근성이 좋은 대형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치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일명 패키지여행이라고 불리는 이런 여행 스타일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정보 접근성이 쉽지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효과적인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확실히 코로나 팬더믹 이후에 이러한 대규모 패키지 여행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해외에 나갈수도 없을뿐더러 국내여행도 사정은 비슷하고 무엇보다 여행자들이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에서 가까이 하는것을 꺼리기때문에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느정도 실현됐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캠핑과 차박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 떴듯이 낚시나 사진촬영같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혼자 또는 단 둘이서 가까운 교외로 잠깐 다녀옵니다.


저는 예전에 혼자서 국내의 다른 지방에서 1박을 해야할 상황이면 찜질방에 갔습니다. 모텔 방은 아무리 작아도 두 명에 적합한 구성과 가격이라서 왠지 돈이 아까웠습니다. 그런데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에서 숙소를 찾는다면 두 명도 부족합니다. 전원속 주택들은 통째로 빌려야하거나, 방만 따로 빌릴 수 있어도 방 크기가 4명 규모로 크기 때문입니다. 예약을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숙소에서 요구하는 기본 사이즈가 크다보니 그만큼 비용이 크게 나오겠죠. 숙소 내부의 시설도 2인보다는 여러명에 맞춰진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야유회나 MT로 정말 열 명 넘는 사람들이 이런 시골집으로 놀러왔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를 통해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예전과 같은 형태로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경험해봤던 쾌적함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스스로 발견하는 여행장소


소셜미디어의 효과로 원래 유명했던 장소들도 더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외진 장소도 탐험가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팔로어들이 이를 호응해줘서 뒷골목의 작은 별이 되기도 합니다. 눈이 부시게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주인장이 나름의 개성과 멋을 부려서 담백하게 내놓은 한 접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은 순간이 되고 특별한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용의 차별화입니다. 이 곳은 저 곳과 어떻게 다르고 무슨 생각을 담았는지, 그러한 진정성을 억지로 광고하지 않고 차분하게 전달되면 사람들은 감동하게 되고 이런 취향에 감동하는 자신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장소도 물론 가보겠지만 자기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추천하거나 그다지 유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보이는 곳을 찾아서 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진짜 자기 취향을 저격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소셜미디어)가 이전보다 늘었고, 실패를 줄이는 기술(후기를 다양하게 관찰)도 좋아졌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몰랐던 무언가를 새롭게 찾았을 때 오는 짜릿함! 그것도 일상 속 소소한 행복입니다.


스스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장소에서는 인증사진을 남기려 야단법석 하기보다는 느리게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거나 자랑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느리고 정적인 일정을 짭니다. 이런 여행 스타일은 '소규모의 여행자들'과 잘 어울립니다. 사람이 적으면 의견과 취향이 분산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덜 보게 되고, 그래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사람들을 이끄는 여행준비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검증되지 않은 식당과 숙소를 선택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지고 그만큼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느슨한 관심과 관계


시골 숙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거의 도시에서 사는 분들입니다. 사는 장소도 그렇지만 그 분들의 삶의 형태도 굉장히 도시적입니다.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사람들로 붐빔'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어느정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것들로부터 떨어져 쉬고 싶어서, 비워냄이 필요해서 여기 시골까지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불멍', '물멍', '논멍', '비멍' 이라고 새롭게 등장한 말에서도 그런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그저 가만히 쉬다가 오면 되는 것일까요? 그건 뭔가 아쉽습니다. 인간관계가 거의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또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갈망하기도 하니까요. 내가 관심이 생긴 주제와 관련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많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숙소에서 괜찮은 하룻밤을 보내고 짐을 챙겨 떠나기 전에 숙소를 정리하러 들어온 주인과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따뜻한 만족감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숙소운영 초반에 손님들이 체크인을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맞이해본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환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웠는지 조금 어색해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정리하러 다시 숙소를 갔는데, 손님들이 전날과는 다르게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환하게 반겨주었고 지내면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어떤게 좋았고 어떤게 아쉬웠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약간 들떠있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겪고나서 저는 체크인때는 손님들 스스로 체크인을 할 수 있게 준비해서 저는 자리를 비켰고, 체크아웃때는 웬만하면 잠깐이라도 인사를 직접 나눌 수 있게 예정시간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사실 이런 방법은 뒷정리를 깨끗하게 해달라는 무언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ㅎㅎ


숙소가 있는 마을의 분위기도 이런 느슨함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집 한 채만이 덩그라니 있는 시골은 무인도처럼 내 세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여러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숙소는 시골동네의 일상을 가까이서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이웃이 신경쓰여 자유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숙소가 속해있는 마을은 이웃집이 몇 채 있지만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뒷쪽에 위치해 있어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탁 트인 전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 담장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집 마당에 있으면 하늘과 논, 그리고 몇개의 전봇대만 눈에 들어옵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조금만 방향을 돌려보면 뒷집 이웃 어르신들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느슨한 연결이 여행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나중에 좀 더 떠오르는 것들이 있으면 좀 더 붙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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