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완 Nov 20. 2015

태국 다이버 강사를 떠올리며


한달전에 태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기회가 있었다. 후배 한 명과 같이 갔는데 이왕 노는김에 다이빙 자격증도 따고 바다속 세상을 체험해보기 위함이었다. 3,4일이면 오픈워터코스 자격증을 주고 초보자들에게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게 지인들의 말이었다. 후배도 수영을 전혀 못하고 나도 그렇지만 자격증이라는 말이 상당히 달콤해서 태국 꼬따오로 가기로 결심했고 어느정도의 수업과 공부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꼬따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데려간 한국인 강사는 앞으로의 빡센 일정을 소개해줬고 앞으로 3일 일정을 같이할 두명의 한국청년들도 있었다. 우리 네명은 보통의 한국 학생들이 그러하는것처럼 강사분의 말을 조용히 귀담아 들었고 피곤이 아직 가시지 않은 (밤새동안 방콕에서 버스와 배로 달려온 아침이었음) 상태에서 오늘밤까지 모든 이론공부와 비디오시청, 쪽지시험, 최종시험을 보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일정이 뒤로 밀리거나 (짜증나는 상황이 될거다) 자격증을 못딸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설마 그런일은 없겠지만) 대강의 전체일정과 간단한 이론설명을 하고 강사분은 디비디 5챕터를 우리에게 주고 나가고 우리는 그 방에서 총 3시간이 넘는 디비디를 시청해야했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보다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지루해지고 졸리다가 마침내 디비디 시청을 끝내고 강사분이 들어와서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먼 휴양지까지 와서 바다속에서 놀고싶은 마음인데 골방에 쳐박혀서 마치 재수생들이 입시에 매달리듯이 공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란. 나의 의지로 내 돈 내가며 이 따뜻한 섬나라로 ‘놀러’ 왔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공부는 쪽지시험과 최종시험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고 강사분은 여느 학원 선생처럼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 힌트를 주고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아! 하기싫고 놀러와서 이런 압박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나머지 세명도 열심히 하는것 같고 오늘 하루만 고생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어찌할수도 없었다. 그 친구들도 가끔 웃으면서 투덜대긴 마찬가지. 우리는 결국 쪽지시험을 보고 오답정리(!)를 하고 최종시험을 무난하게 봤다. 결과는 그 다음날에 나왔는데 모두 통과. 그리고 우리는 둘째날에 물속으로 들어갔다. 얕은물에서부터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깊은곳으로 가고 실수를 가끔씩 하기도 하면서 코스가 진행될수록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에 빠졌고 첫째날 배웠던 이론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론을 공부하는 날에는 내가 이런곳까지 와서 공부를 하고있다는 사실에 분개했지만 이미 끝난일은 미화되기 마련. 그정도 공부도 안하고 다이빙을 하는건 미련한짓이라고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3일째까지 정식코스를 마치고 마지막엔 프리다이빙을 했고, 나와 후배는 하루가 더 있어서 돈을 내고 펀다이빙을 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우릴 가르쳐줬던 선생님에 대해서이다. 


나는 마치 예비군훈련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훈련에 끌려온(?) 예비군들은 당연히 이수해야 본인에게 손해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불량하게 임한다. 그 원인으로는 2년간 삽질한 보복행위라고 보통 분석하긴 하는데 그건 나도 동감한다. 재밌는 상황은 그들을 다뤄야하는 예비군 교관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진다. 사실 교관들은 자기할일을 하는것뿐, 굳이 불량한 예비군들에게 쩔쩔매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해되는건 교관들도 일정을 진행시키려면 기분은 나쁘지만 그냥 어르고 달래는 것 뿐. 그래서 그들이 주로 쓰는 방식은


느슨하게 풀어주기 & 강압적으로 쪼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 두가지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기도 한다. 빨리 끝내줄테니까 좀 따라와줘~ 응? 이건 1번에 해당하고, 계속 그렇게하면 퇴장조치합니다! 이건 2번에 해당한다. 예비군훈련을 가면 가장 많이 듣는말들이다. 


다시 다이빙으로 돌아와서, 우리 수강생 네명과 강사와의 관계는 마치 예비군들과 교관의 관계와 비슷했는데 흥미로운건 강사는 위의 두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리들을 데리고 목적달성을 했다는 것이다. 물 속에 있으면 꽤나 위험한 순간들이 있다. 어떤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태롭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총기를 사용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군 훈련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물속에서도 나는 강압적인 혼냄 혹은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 중간에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때도 마찬가지. 나는 이 점이 매우 신기했다. 1번 느슨하게 풀어주는 방식은 해야할 일을 대충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것이라면 2번을 선택하지 않고 태도가 불량한 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제대로 해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 강사가 선택한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강사는 우리의 기분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묻지도 않고 해내야 될 목표를 향해서 돌진했다. ‘좀 지루하죠?’ 혹은 ‘좀 쉬었다할까요?’, ‘좀만 더 하면 돼요’ 라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마치 탱크처럼 ‘자~ 다음은..’ 앞으로 전진하는 방식은 내가 짜증날 시간도 주지 않았고 뭔가에 홀리듯이 수업 진도에 맞춰갔다. 물속에서는 작은 성공에 대해서는 큰 칭찬을 했고, 잘못한 실수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알려주되 절대 나무라진 않았다. 뭔가 되게 쿨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일단 자기가 먼저 엄청 열심이라는 점. 


한국사회에서 어른이나 권력을 가진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할때를 떠올리면 무척 생소한 방식이다. 우리는 보통 잘 모르거나 잘 하지못하면 일단 혼나거나 지적당하는거에 익숙하지 않은가. 인내끝에 성장하고 높은 위치에 가게되면 반대로 못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해하고 지적하고 싶어하지 않은가. 특히 어린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이 그러기가 참 쉽다. 그게 제일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 말이다. ‘다 널 위해서 그러는거야 나도 혼내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사람, 미국에서 살았던 사람이라서 그런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