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럽축구] 보아비스타FC, 포르투, 포르투갈

by 김정완

11월 28일. 포르투의 두번째 팀이라 할 수 있는 보아비스타 경기를 보러갔다. 처음엔 나도 포르투는 FC포르투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워낙 작은 도시라) 리그표를 잘 살펴보니 이런 팀도 있다는걸 알게됐고 마침 포르투를 떠나기 며칠 전 리그경기가 있어서 가보게 되었다. 도시규모에 비해서 FC포르투의 경기장이 너무 크기도 했고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죄다 FC포르투 기념품밖에 안보인다던지, 전차나 버스에 FC포르투 머플러가 걸려있는채로 운행하는걸 봐서 보아비스타라는 이름은 너무도 생소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올해 초에 스페인에서 꿈에그리던 누캄프(FC바르셀로나 홈구장)을 가서 굉장히 좋았지만 사실 지역색이 강하게 묻어나오는 엄청난 응원과 관중들의 흥분한 모습은 세비야에서 볼 수 있었고 그걸 더 재밌게 봤었기때문이다. 이러한 잘 알려지지 않은 촌팀(?)이 진짜로 기대해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근처 전철역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정말 한적하다. 그런데 저쪽에서 굉장한 응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건 아니나다를까 원정팀 '비토리아 귀마렝스' 응원단의 행진이었다. 아래 첫번째 사진인데, 상당히 시끌벅적한 이유는 경찰들이 호위해주고 있었기 때문. 마치 결승전이라도 하는 듯 하다. 그 주변으로 내가 지나가니 경찰들이 살짝 경계한다. 웃긴일이 있었는데, 원정응원단이 시끄럽게 행진하고 있는데 어느 한 아파트 아래에서 잠깐 멈췄을 때 2층에 있던 아줌마(보아비스타팬으로 보인다) 한사람과 그 많은 수컷들이 옥신각신했다. 결코 기죽지 않는 아줌마..


비토리아 귀마렝스FC 원정팬의 행진, 그리고 호위하는 경찰들

IMG_6114.JPG
IMG_6121.JPG
IMG_6120.JPG
IMG_6135.JPG


홈팬들과 원정팬들이 거리에서 옥신각신 하는걸 구경한다음에 한시간정도 남았을 때 표를 사러 줄을 섰다. 나는 축구장을 갈 때 항상 한시간 이상 먼저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경기가 시작되기전의 그 미묘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다. 관중들이 입장할때의 표정, 관중이 서서히 들어차는 객석의 모습, 선수들이 몸풀러 나올때 박수치는 장면, 선수소개, 입장, 특히 테마송은 스페인에서 축구볼때 맛들려서 그때마다 녹화를 하고 있다. 티켓값이 궁금했다. FC포르투보다는 저렴할 것이고, 젤 싼 곳(젤 먼 곳)에서 볼것이냐, 비싸지않다면 제일 가까운곳에서 볼 것이냐 고민하면서 줄을 서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내게 다가와서 티켓한장을 내민다. 무시할까 하다가 혹시몰라서 'Quando custa?'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고개를 저으면서 그냥 가지란다. 잉?? 보아하니 이상한 사람 같아보이지는 않는데 이게뭐지 하면서 받아들고는 아줌마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티켓을 요리저리 살펴봐도 이상해보이진 않는다. 아줌마한테 여기 1번 게이트로 들어가면 되는지 물어보니 그렇게 하란다. 들어가보고 티켓이 안통하면 다시 나오면 되니까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들어가진다. 야호! 사실 날씨가 추워서 오지말까 생각했다가 온건데 횡재한것이다!


이 경기장은 아주 많이 낡지는 않았는데, 좌석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는 (게이트만 정해져있는) 역시 촌팀이다. 제일 가까운곳으로 가서 앉았다. 정말 그라운드랑 가깝다. 잔디상태는 꽤 좋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려고 해도 관중이 꽉 들어차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까 봤던 '비토리아'원정팬이 더 많고 홈 서포터즈들이 더 적다. 이럴수가.. 하지만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관중이 조금 적더라도 그 찰진 현지인 응원분위기만큼은 세비야 못지않다. 경기내내 심판이 조금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 하나같이 엄청난 야유를 해대고 특히 어떤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정말 가관이다. 경기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상대팀 감독을 향해서 엄청나게 뭐라뭐라고 소리를 쳐댄다. 내 자리가 상대팀 벤치와 매우 가까웠고 감독은 늘 그렇듯이 벤치에서 나와서 선수들에게 소리치고 온갖 리액션을 해대는데, 내가볼땐 딱히 잘못하는 것 같지는 않는데 그 아주머니. 그 감독에게 뒤에서 계속 소리치는데 정말 내용이 궁금했다. 나중엔 어떤 할아버니까지 가세. 후반전이 돼서는 그 두분 목이 쉬어서 소리를 쳐도 옆에있는 나도 잘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뭐라고 그러는걸까.


경기는 1:0으로 전반전을 홈팀이 이긴상태에서 끝냈는데, 후반전 들어서 원정팀이 공격을 퍼붇기 시작하더니 결국 2:1로 역전패 당하고 말았다.


보아비스타 FC의 테마송은 아쉽게도 그다지 감흥적이진 않았다.


보아비스타 FC의 테마송





매거진의 이전글[유럽축구] FC포르투, 포르투,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