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짤방 - 홍어를 먹는 흑인청년에게 어느 한 할아버지가 '참 홍어를 잘먹는구만! 자네 부모가 전라도 사람인가?'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서 너무 재밌어서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되었다. 욤비씨네 가족은 콩고출신으로 지금 한국에서 지내고있는 난민신세다. 더 자세한 내용은 생략.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콩고 내전을 피해서 조국에서 겨우 도망쳐나온 욤비씨. 나머지 가족들도 콩고에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겨우 외부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도망쳐나올 수 있게 되어 6년만에 그들 가족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난민이지만 욤비씨는 조국으로 돌아갈 그 날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조국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한국에서 배울점은 무엇인지 토론한다. 나도 이 포르투갈땅에서 그들을 보면서 어쩐지 동변상련을 느꼈다. 욤비네 가족이 나라의 전쟁을 피해서 나온 전쟁난민이라면 나는 서울의 무표정하고 비인간성과 무자비한 불행한 기운을 피해서 나온 난민같다. 내가 나온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긴하지만 인간극장을 보면서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욤비씨네 경제형편은 넉넉치않다. 최근에야 광주의 어느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어 이사하면서 형편이 나아졌지만 인천에 있을때까지만 해도 정말 그저그런 경제사정이었다. (1편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욤비씨는 그런 환경에서 3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웠고, 2명의 딸을 더 낳았다. 총 5명.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원인이 불안함 때문이라고 여겼었는데 욤비씨를 보면서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어떤 젊은사람의 목소리로 정부와 사회전체에 호소하는 카드형식으로 정리된 포스팅을 본 적이 있다. "출산율이 너무 낮아졌다고 우려하는데 나는 그저 일너 불안한 환경에서는 내 자신 하나조차도 제대로 견뎌내기 힘들뿐이랍니다. 일단 내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젊을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출산을 하게 될거에요."라는게 주된 내용이다. 나도 그 포스팅을 보면서 상당히 공감했고 출산율이 사상 최악, 세계 최저를 기록하는 현재상황은 사람들의 불안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욤비씨를 보면서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국사람이 아무리 불안해도 전쟁난민보다 불안할 수 있을까? 머나먼 아프리카 콩고에서 내전과 살해협박을 피해 문화가 완전히 다른 한국으로 난민으로 와서 제대로된 직장도 없이 아내와 아이세명을 키워야하는 욤비씨보다? 불안감을 비교해서 우위를 따지는게 유치하다는건 알지만. 어디 한번쯤 유치해보자. 내 경우에도 성남에서 살고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난 아직 결혼과 출산을 하기에는 안정되지 못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불안'의 사전적인 정의가 '안전하지 못해 위태로움을 느끼는 상태'라고 한다면 욤비씨는 불안함의 레벨에서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이셋을 씩씩하고 온화하게 키우면서 더 많은 행복을 위해 딸 두명을 추가로 가졌다(...) 이거 진짜 엄청나지 아니한가. 아이 하나 더 가지려고해도 당장 맞벌이 총 월급을 생각하고 앞으로 5년후, 10년후를 내다보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아냐, 둘째는 아직 무리야"라는 한국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 하다.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는 욤비씨가 옳다는게 아니라, 우리는 필요이상의 불안을 키우고 사람의 가치보다는 돈의 압박에 제압당한채 살고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욤비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진 못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그들이 부럽다. 특히 그 웃음이.
큰아들 라비는 인간극장 1부에서는 축구선수가 되고싶다고 하고 2부에서는 연예인이 되고싶다고 한다. 그런데 욤비씨는 그런 큰아들에게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부자사이의 대화패턴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그는 훗날 가족들이 콩고로 다시 돌아갈 때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조국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조국의 지금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바뀌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욤비씨 자신도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강의를 하고 다른 공부도 열심히 한다. 나는 욤비씨가 자식들에게 요구하는 공부는 내가 돋보이려고 남을 누르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고 본다. 그의 형편에 사교육을 시킬수도 없긴하지만 그가 라비에게 요구하는 공부는 사교육이 필요없다. 사교육이 필요한 공부는 남을 누르기 위해 하는 공부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기안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가고자 하는 목적의 공부라면 사교육은 필요없다. 자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하는건 한국부모들과 똑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잔소리라는 것이다.
인간극장 2부까지 그들을 보면서 참 흐뭇하기도 하고 조나단의 유머에 웃기기도 하고 정말 그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