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에서 언급되는 '알프레드 아들러'에 관심이 생겼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그 책을 읽다가 푹 빠져버려서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까먹은채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치열하게 혼자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상당히 들어있었고, 대화체로 쓰여있어서 멘토와 술자리를 같이한듯한 기분때문에 그리고 다소 공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저자 기시미이치로의 결론때문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책을 읽은지 3개월정도 됐지만 그때부터 아직까지 여전히 내 삶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있다. (왠지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재밌는것은 사람이 하나에 푹 빠지게 되면 다른 무엇을 보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보고싶은 '그것'을 발견한다. 지나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통감자구이에서 사랑하는 애인의 얼굴을 본다던지,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아까 내기에서 진 당구게임에서 당구공의 궤적이 그려진다던지 하는 그런 현상들 말이다. 아들러 심리학에 빠지고 난 이후부터 가끔씩 곳곳에 숨어있는 아들러식 라이프스타일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거봐 내 안목은 틀림이 없다고 자부하는건 좀 거시기하지만, 또 내멋대로 그런식으로 살을 붙이면 어떤가.
오늘은, 페이스북에서 만난 아들러다. 사유리의 어록을 모아서 멋지게 만든 포스팅인데 다른말들도 꽤나 멋지다. 아래 내용은 아이교육에 대한 말인데, 아이가 잘한일을 했을 때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듯한 칭찬을 하지말고 동등한 입장에 서서 그저 '고맙다'라고 하라는 아들러의 말과 상당히 비슷하다. 예전에 텔레비젼에서 '칭찬의 역효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면서 부모가 아이행동의 결과에 대한 일방적 칭찬은 아이가 진실을 숨기고 칭찬받는데에만 목표를 집중시킬 수 있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모두들 알고있던 상식에 크나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 실험결과와 현상을 보면서 내가 무심결에 하는 칭찬에 이런 면이 숨어있구나 하고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그 다음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역시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것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럴수가.. 나는 그 당시에 만약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마누라가 낳겠지) 칭찬을 하지 말아야겠네!!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들러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 아이는 칭찬 한번 못들으며 과도하게 관심을 끄는 말썽쟁이가 되거나 매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쿨한 아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문제는 '잘했다'를 '고맙다'라고 언어를 replace시키는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관계'다.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직장 상사와 나의 관계처럼 꽤나 종속적이고 수직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도 아들러는 내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아랫사람으로 보는걸 경계하라고 부탁한다. 하긴 아들러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하관계를 부정하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사유리의 엄마는 그런 심리학적인 지식이 없이 '그냥' 착한일을 한 어린 사유리에게 '고맙다'라고 했다는 것은 매우 신선하다. (물론 때에 따라서 잘했네 못했네를 했겠지) 고맙다.. 고맙다.. 참 좋은 말이다. 그저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나를 도와주니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