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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Dec 29. 2015

배달의민족과 직방 광고 비교

이게 카피가 아니라면 무엇이더냐

배달의민족 옥외광고와 직방 부동산홍보물 비교



스타트업계에서 배달의민족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축구팀으로 비유하자면 FC바르셀로나고 연예계로 비유하자면 설현이나 아이유정도 될까? 그들은 언제나 이슈를 만들어내며 이슈의 중심에 있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일들을 먼저하면서 잘한다. 먼저해낸다는건 과감하다는 이야기고 잘한다는건 실력이 출중하다는 말이다.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갖춰도 좋을듯한데 두 가지 모두를 갖췄으니 조금 오바하자면 한국의 애플이라고 부를수도 있겠다. 규모로 따지자면 비교하기 무리겠지만 그 두가지, 과감성과 완성도만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이 재밌는건 처음부터 한결같이 그래왔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세계이고 아주 짧은 주기로 환경이 급변하는 IT벤처업계이기 때문에 주주나 투자금액, 시장점유율이나 성장곡선에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전략이 수정될법도 한데 내가보기엔 적어도 한결같았다. 처음에 배달의민족을 봤을 때 꽤 재미있는 친구들이 나왔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뭔가 다르다라는 인상을 받은건 결정적으로 배달의민족 폰트, 주아체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이다. 이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규모의 사업체, 특히나 배달앱인 주제에(?) 무슨 디자인에이전시나 사회공헌단체도 아닌것이 무료배포할 폰트를 제작했다는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폰트 퀄러티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써보겠다. 이야기가 길어질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리고 그들은 그 폰트를 참 잘도 이용했다. 처음에는 응? 왜만들었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쓰임새를 보고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광고에서 호소하는 감성을 짧은 글귀안에 적나라하게 표현해낼 수 있게 해준게 바로 그 폰트였다. 배달의민족만의 독특한 센스가 담긴 카피와 이미지, 그리고 폰트의 조합은 간단하면서도 이제까지 수없이 봤던 다른 광고와 차원이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광고를 만들어버렸다.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허전하면서도 꽉 들어찬듯한, 결코 평범하지 않으면서 광고의 제1목적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았아버리는 점까지 꽤 괜찮은 광고를 만들어버린것이다. 나는 그들의 꾸준함과 과감함, 자신감, 센스, 폰트까지 제작한 실행력, 유머러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너무 독보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피하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광고의 형식, 껍데기만 따라한다는 점이다. 컨텐츠는 내용과 형식이 조화로워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는데 내용을 차곡차곡 쌓을 생각을 하지않고 그저 잘하는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최신유행이라는 형식만 베끼는건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보인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패션아이템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광고 1편, 2편, 3편이 모아져서 해당 브랜드의 철학과 상품의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만의 스텝으로 지금 발휘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만들어가야하는게 브랜드다. 브랜드는 숨이 붙어있는 생명과도 같으니까. 체육을 잘하고 미술을 잘 못하는 아이에게 둘 다 잘하는 옆집 철수를 들먹이면서 비교하고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그러다보면 정작 자기가 체육을 잘하는지도 까먹고 무작정 철수만을 바라보다가 어떻게 될까.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방식은 한국 경제를 단기간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았지만 앞으로는, 이제 더이상은 통하지 않는 방식이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실패가 없는 결과만을 바란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는 좀 길게 봐도 되지 않을까? 조금은 더디더라도 자기만의 고유성을 발견해 씨앗이 움트고 뿌리를 내리고 싹이 자라나듯 차근차근 탄탄하고 섹시하게 만들어가면 안되는걸까? 



배달의민족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편 캡쳐
직방 <안심의 시작>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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